FTX 사태에 코인시장 위기…'금투세 유예' 논란 잠재울까

기사등록 2022/11/15 06:00:00

최종수정 2022/11/15 06:14:07

정부, 금투세 2년 유예 세법안 국회 제출

"2020년과 상황 바뀌어…자본 유출 우려"

민주당 "부자감세"…내년부터 시행 주장

과세대상자 15만 명, 일부 반대집회 나서

국회 변화 기류 감지…극적 합의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11.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11.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위기 속에서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시점 논란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 시행을 주장해 여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과세 대상자 15만 명 중 일부가 반대 집회에 나서며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금투세를 당초 도입 시점보다 2년 늦춘 2025년부터 시행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 외에 투자자는 현재 양도세를 내지 않고 증권거래세만 낸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지난 2020년 12월 금투세 관련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우원식 국회 예결위 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1.1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우원식 국회 예결위 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1.11. [email protected]

하지만 현 정부는 금투세 도입 시기를 2년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으로 고액 투자자들이 과세 전 주식을 대거 처분하거나 해외 주식으로 이탈할 경우를 대비해 도입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고광효 기재부 예산실장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당초 금투세를 도입하려던 2020년과 지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주식시장이 30% 이상 폭락한 상황에서 시장 회복이 더욱 지연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선례를 제시했다. 대만은 지난 1988년 주식 양도차익 과세 도입을 발표한 직후 한 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시행 1년 만에 과세를 철회했다.

금투세 도입을 늦추려면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16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계획대로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가 부자들만을 위한 세금 감면 정책이라고 반대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0.9%에 불과하다"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가상자산특위 간담회를 열고 "금투세를 당분간 유예하고, 주식시장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안 통과에 협조해 주길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당장 내년 1월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여야 갈등과 함께 논란이 가열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을 비롯한 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금투세 시행 관련 지난달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유예해 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주 만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국회 기재위에 정식 회부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주식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과세 대상자는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금투세 시행으로 인한 세 부담은 약 1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중 일부는 장외 집회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들로 결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하락하면 소액 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개최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금투세 유예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 내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민주당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금투세 유예 관련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투세 도입 관련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금융투자세 강행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금융투자세 강행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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