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신재현 권지원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일의 112 신고 녹취록을 두고 윤희근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112 신고 녹취록 공개에 경찰의 부실 대응을 인정하면서 '경찰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일 '이태원 참사' 당일의 112 신고 녹취록을 두고 책임자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맹공을 펼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 15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 당할 때 국가는 과연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있다"며 "민주당은 참사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 다시는 이런 비극적 일이 없도록 하라는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그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대표단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며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수사 주체도 아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수사 받을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최고 수장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이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진정한 애도와 재발 방지는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철두철미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민주당과 집권여당 국민의힘도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추모의 시간'이라며 구체적인 책임 추궁 관련 언급을 자제해온 여권에서도 '경찰 책임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4번이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라며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어제 112, 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며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들 보호, 위로가 급선무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면서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고 본인 스스로도 미흡했다고 인정했다"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다. 사실상 사찰로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청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결정이) 빨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위험 방지 조치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아서 발생한 게 아니라 그런 안전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라며 "진상규명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변명·회피하고 심지어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요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정리한 대외비 문건을 작성한 데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자료"라며 "순전히 이 상황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한 정보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녹취록이 나온 걸 보면 법적 책임도 넘어가긴 어렵지 않겠냐"며 "사고 수습을 해야되겠지만 수습이 끝나면 더이상 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청장은 참사 발생 사흘만인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청장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큰 충격을 받은 국민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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