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민우 "첫 뮤지컬이 '엘리자벳'이라니…살아있는 기분"

기사등록 2022/10/29 05:30:00

데뷔 18년만에 뮤지컬 도전…"마음속 로망"

"'죽음' 역, 록스타적이며 중성적 묘한 매력"

악플엔 겸허히…"성장하는 에너지로 수용"

[서울=뉴시스]배우 노민우.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배우 노민우.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마음속에 뮤지컬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두렵기도 하고 용기를 내야 했지만, 언젠가는 꼭 도전하고 싶었죠."

2004년 록밴드 '트랙스'로 데뷔해 드라마 '파스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검법남녀2'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해온 노민우가 데뷔 18년 만에 뮤지컬에 도전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유혹하는 '죽음(토드)' 역을 맡았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사실 거의 5년 전부터 제안이 왔는데, 솔직히 처음이라 무서웠고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망설임 없이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마음에 품은 건 20대 중반쯤부터였다.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 '헤드윅'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록뮤지컬인 만큼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었다. "진짜 멋있었다"며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후 군대에 갔을 때 머릿속에 계속 뮤지컬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고 회상했다.

첫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에서 받은 박수와 환호는 감동이었다. "준비한 만큼 100% 발휘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걱정하며 올라갔는데 많은 응원에 '아, 이게 뮤지컬의 매력이구나' 느꼈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도 무대에 오르기 전, 첫 공연처럼 긴장한다. 하지만 설레는 긴장감이다. "뮤지컬이 있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가 데뷔 18년 차인데, 사실 약간의 권태도 느끼고 있었어요. 뭘 해도 긴장되는 순간이 점점 줄어들었죠. 그런데 뮤지컬을 할 땐 엄청 긴장해요. 좋은 방향으로요. 두근거리면서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기억되는 엘리자벳의 일생을 다룬다. 그 속에 인격화된 '죽음(토드)'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했다. 엘리자벳이 원하는 자유를 자신만이 줄 수 있다며 유혹하는 존재다.

노민우는 이 캐릭터를 "드라이 아이스"라며 "엄청 차갑고 냉혹하지만, 엄청 뜨겁다"고 표현했다. "사람마다 찾아오는 '죽음'의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선 사랑을 하는 남자로 볼 수도, 엘리자벳이 가진 감정의 연장선으로 느낄 수도 있죠."

그만의 '토드'엔 우상인 영국 록스타이자 배우 데이비드 보위가 녹아있다. 짙은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해 당시 사회적 충격을 안긴 데이비드 보위는 1970년대 '글램록'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주인공이 영향을 받고 자신의 록 영웅으로 언급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항상 데이비드 보위를 상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 우상은 데이비드 보위와 마이클 잭슨이었죠. '토드'에 대해 찾아봤는데, 데이비드 보위가 연결되더라고요.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무대 위에서 록스타적이고 중성적인 묘한 매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토드의 넘버를 제가 들을 땐 다 록이거든요. 제 꿈을 현실로 펼치고 있죠."

첫 뮤지컬인 만큼, 옥주현·박은태 등 동료 선배들에게 조언도 적극적으로 구했다. "각자 색깔이 있다 보니 무언가 알려준다는 게 조심스럽잖아요. 제가 먼저 다가가서 알려달라고 자꾸 졸랐어요. 선배들도 애정을 갖고 많이 알려줬죠."

최근 만족스러운 공연을 한 날도 박은태가 해준 조언의 힘이 컸다. 노민우는 두 시간 전부터 공연장에 가서 그날의 온도를 느끼며, 스위치를 켠다.

"대기실마다 환풍구가 연결돼있어서 다 들린대요. 제가 계속 노래를 연습하니까 은태 선배님이 그날 하루의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지칠 거라고 걱정했어요. 점점 늘고 있고 잘하고 있으니까 널 믿고 무대에서 부딪쳐보라고 조언해줬죠. 그 말에 연습 대신 바로 무대에 올랐는데, 갑자기 폭발적인 힘이 나오더라고요. 그동안 대기실에서 힘을 많이 뺀 거죠. 형한테 감사했어요."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배우 노민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초반엔 새로운 '토드'인 노민우를 겨냥한 악플도 이어졌다. 고심 끝에 그는 유튜브 영상에 조심스레 댓글을 달았다.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며 더 매력적인 토드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오히려 에너지가 됐어요. 저는 계속 성장하고 진화하고 있죠. '지금까지의 토드와 달라서 적응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노민우만의 색깔은 놓지 않았으면 한다'는 댓글도 힘이 됐어요. 저를 캐스팅한 건 또다른 '토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저의 해석과 뮤지컬 팬들의 의견의 균형을 잘 맞춰야겠다고 다짐했죠. 쓴소리했던 분이 나중에 제 팬이 된다면 더 큰 힘이 되겠죠."

담담히 겸허하게 대처한 속내엔 그가 사랑하는 동생인 가수 '아일'도 있었다. 아일은 '슈퍼밴드' 초대 우승팀인 '호피폴라'의 멤버다.

"동생이 저를 많이 의지하고 따르는데, 이 악플들을 보지 않았을까 그 걱정이 앞섰어요. 가수 활동을 하는 동생이 혹여 대중에게 차가운 비판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법을 저를 보고 따라 할 거라고 생각했죠. 또 새로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게 형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모든 활동의 원동력은 가족과 팬들의 사랑이죠."

연말까지 '엘리자벳' 지역 공연까지 마치고 내년엔 드라마와 앨범으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첫발을 뗀 뮤지컬도 쭉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독특하고 판타지적인 캐릭터가 마음을 훔친단다. 꿈의 뮤지컬인 '헤드윅'을 비롯해 '웃는 남자', '드라큘라'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작품이 많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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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민우 "첫 뮤지컬이 '엘리자벳'이라니…살아있는 기분"

기사등록 2022/10/29 05: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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