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년 세종대왕 초수로 질병 치료
7~9일 행궁 복원 후 첫 대면 축제
어가행차·영천제·족욕 등 각종 체험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에선 병을 고치는 물이 샘솟는다.
600여년 전 청주 중심부 동쪽 16㎞ 지점에서 발견된 '초정약수'다. 당시에는 이 물을 '초수(椒水)'라 불렀다.
'후추'처럼 톡 쏘는 매운 맛이 난다고 해 후추나무 '초(椒)' 자를 썼다. '초정(椒井)'이라는 명칭도 매운 맛이 나는 우물에서 비롯됐다.
지하 100m 석회암층에서 솟아오르는 이 물에는 미네랄, 칼슘, 라듐 성분이 많아 조선시대부터 약수로 사용됐다.
1486년 성종 17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초수는 고을 동쪽 39리에 있는데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다'고 적혀 있다.
당뇨와 눈병, 피부병을 심하게 앓은 세종대왕은 즉위 26년인 1444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이곳에 내려왔다. 초수행궁을 지어 121일간 눈병과 피부병을 치료했다.
당시 세종대왕은 소헌왕후, 세자, 영응대군, 성삼문 등과 함께 경기도 죽산, 충북 진천 등을 거쳐 초정에 행차해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1448년 마을 주민 방화로 소실된 초수행궁은 2020년 새롭게 복원됐다. 청주시가 165억7000만원을 들여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부지 3만7651㎡, 건축면적 2055㎡ 규모의 행궁을 지었다. 현판은 현재 지명에 맞게 '초정'으로 달았다.
세종대왕 행차를 기념하고, 초정약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는 2003년부터 시작돼 올해 16회째를 맞았다. 기존에는 초정리 일원에서 열렸으나 초정행궁 복원 후 처음으로 이곳에서 치러진다.
'다시 찾은 보물'을 주제로 10월7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어가행차, 영천제(초정약수 기원 제례), 양로연, 조선 유랑극단 거리공연, 재즈와 국악 한마당, 시민동아리 공연, 예술단체 공연 등이 펼쳐진다.
전시회에서는 세종대왕 대례식 도자인형 특별전과 궁중 패션 퍼포먼스, 초정 10경 스토리사진전, 세종대왕 어록 중심의 한글 깃발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붓, 한지, 활자 등 조선 12개 공방과 초정약수 족욕, 초정수 에이드, 전통주, 세종 과학기구, 한글 미디어아트 등도 체험 가능하다.
시중에 가공 판매되는 탄산수와 달리 다소 매운 맛이 나는 초정약수 원액도 마셔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세종대왕은 초정 행차 후 노인을 위한 양로연을 열고, 청주향교에 책을 하사하는 등 애민 정신을 보여줬다"며 "세종대왕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축제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또 내년 말까지 270억원을 들여 초정행궁 인근에 연면적 3430㎡ 규모의 '초정치유마을'을 짓는다.
힐링동에는 스파 치유실과 명상 치유실·순환 프로그램실 등이, 웰컴동에는 휴게음식점과 문화시설이 각각 들어선다. 주변 공원에는 물길과 치유의샘, 명상마당 등 부대시설을 조성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