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팔도, 라면 가격 9~11% 인상 예정
채소류 최대 80% 증가…원유가 협상도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추석 직후 라면을 시작으로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 상승이 예고되면서 시민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추석도 겨우 쇘는데 또 물가가 오른다니 마트 가기가 무섭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스낵 등 식품업계는 최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특히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라면은 9~11%가량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농심은 오는 15일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11.3%, 5.7% 인상하기로 했다. 팔도도 다음 달 1일부로 팔도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빨계떡 등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동종업계인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라면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조미료 '미원', 편의점용 닭가슴살, 요구르트, 치즈 등의 가격은 이달 초 인상됐다.
가공식품은 외식 업체의 식재료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외식 물가의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에 따르면 9월 주요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상당 부분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청양계풋고추, 오이맛고추, 백다다기오이, 취청오이, 파프리카(빨강), 애호박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최대 8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뿐만 아니라 원유 가격 인상을 위한 유가공업체와 낙농 단체 간 협상이 이어지면서 우유 가격 역시 상승 길목에 있다. 원유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흰 우유 가격이 ℓ당 300~500원 인상될 수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추석 이후 물가 안정된다더니 더 오르기만 한다"며 "숨만 쉬면 오르니 이러다 서민 다 죽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우려가 높다.
추석 때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이모(57)씨는 삼겹살 1.5㎏에 5만원이 넘는 가격에 "'다이아삼겹살'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이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동네 정육점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 아닌 것 같다"며 "정육점 사장님이 돼지 사룟값이 많이 올라서 고깃값도 올랐다고 하시더라. 교육비에 이젠 식비도 한몫해서 부담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명절 때 오랜만에 친척 어른들을 만났다는 박모(34)씨는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해주신 것에 비해 그에 못 미치는 용돈을 드린 거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어른들만 챙겨드리고 조카들 용돈은 따로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찬을 준비할 때마다 물가를 실감한다는 주부 김모(36)씨는 "주부들한테는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정말이다. 몇 개 안 사도 십여만 원이 훅 나간다. 물가는 오르는데 남편 월급은 제자리이고 애들은 커가니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외식 의존도가 높은 젊은층 사이에서도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매일 밥을 사 먹는다는 직장인 이모(26)씨는 "매일 아침 대신 요구르트를 사먹는데, 물가가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도 않고, 다른 식품들, 외식 메뉴까지 다 가격이 올라서 앞으로 식비에 돈이 더 나갈 거 같다"며 "밥을 매일 사 먹는 직장인으로서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당초 이달 말에서 다음 달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정점이 이전 전망보다 지연되거나 5~6%대 물가 오름세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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