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 세탁소 앞 비·기름 젖은 작업복 수백벌 쌓여
단전·단수로 제철소 세탁시설 가동 중단돼 외부 반출
일부 물량은 전남 광양제철소로 실어날라 세탁 처리
시민들 SNS에 '저 작업복 직원들 땀 흔적' 등 안타까움
[포항=뉴시스] 임재현 기자 = 지난 6일 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고로 3기 가동중단을 비롯해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설비 복구에 투입된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독자 제보에 따른 취재 결과, 이날 오후 현재까지 포항시 남구 연일읍 생지리의 한 세탁소 앞에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물이 성인의 키를 넘는 2m 이상 높이로 수백벌 쌓여져 있다.
작업복에는 설비기계부서 등 직원들의 소속과 이름이 적힌 명찰이 그대로 붙어 있으며, 물에 젖어 축축하고 대부분 흙뻘과 기름때로 오염돼 있어 긴박한 복구작업 환경과 제철소 내 피해 실상을 짐작케 했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주민 강모(65·남구 연일읍)씨는 “지난 8일 부근을 지나다가 낯선 작업복 더미에 이끌려 확인해보니 포스코의 작업복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포항제철소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젖은 작업복을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포스코 퇴직자를 비롯한 포항시민들은 한결 같이 안타깝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60대 남성으로 알려진 한 퇴직자는 "오늘 현장을 둘러 봤다. 뻘흙으로 범벅이 된 공장바닥과 물이 꽉 들어찬 수m 깊이의 지하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 저 많은 작업복은 직원들의 땀의 흔적인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악전고투의 흔적이 역력한 포스코 직원들의 작업복을 넋 놓고 보았다. 그대들의 노고를 응원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스코 정신으로 극복하시기를."
포항제철소 현장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은 계열사인 포스코휴먼스가 맡아서 처리해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침수와 화재로 인한 단수·단전 사태 이후 자체 세탁이 어렵자 쏟아져 나오는 세탁물을 전량 외부 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퇴직 후 시니어로 재취업해 복구 현장에 투입된 한 용역직원에 따르면 일부 세탁물은 전남의 광양제철소로 옮겨 세탁하기 위해 포스코휴먼스 여직원들이 출장을 갔다.
문제는 단수와 단전이 길어지는데다 포스코그룹 전사적으로 12일부터 추가 복구 인력이 투입되면 처리할 세탁량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12일 서울 센터에서 임원과 그룹장급 간부들이 오전 6시에 집결해 버스로 포항으로 향하고, 13일은 팀장급이 현장 투입된다.
이 같은 사정이 알려지자 포항에서 이재민을 돕고 있는 한 구호단체가 10일 포스코에 세탁차량 지원을 제안했다. 이 단체는 대형세탁기와 건조기를 4~5대씩 탑재한 와이드윙 세탁트럭 6대 가운데 3대를 지난 7일부터 포항에서 가동 중이다.
구호단체의 제안에 대해 포스코 측은 11일 오전 현재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표 원로단체인 포항뿌리회 이석수 고문(전 경상북도 부지사)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사태도 안타깝지만 설비 북구에 피땀 흘리는 직원들의 작업복을 포항이 아니라 멀리 광양에까지 가서 세탁을 해와야 하는 현실이 더 비통하다”면서 “90대 노구지만 당장 달려가서 세탁기로도 부족하면 직접 빨래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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