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경제적 보복 단행…대만 포위·수출입 규제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을 떠나자마자 대만엔 군사·경제적 후폭풍이 덮쳤다. 중국은 군사훈련을 구실 삼아 대만을 에워쌌고, 기업들에 경제 보복도 단행했다.
대만 정부가 미국 권력서열 3위의 지지를 얻었지만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3일(현지시간) "중국의 경고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며 미·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지만 결국 중국 정부의 압박을 정면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미국이 아니라 대만이다"고 분석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과를 경고했던 중국의 보복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군용기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으로 향하던 2일 밤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4일부터는 사흘간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대만 통일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시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의 작전국장인 칼 슈스터는 "이번 훈련에서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멀리 갔다"며 "이들이 보내는 지정학적 신호는 중국이 원할 때마다 대만의 항공과 해상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은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 훈련은 대만해협에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펠로시의 방문은 가까운 미래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다시 격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버 공격도 잇따랐다. 펠로시 의장 도착 직전 대만 총통부 웹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고, 국방부와 외교부, 공항 홈페이지도 먹통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분야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대만의 진짜 위기는 펠로시 귀국 후 시작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펠로시의 대만 방문 후폭풍은 그가 집으로 돌아간 뒤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 몰아칠 것"이라며 "중국 지도자들은 당장은 대만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미·중 관계를 영원히 바꿔놓고 대만을 고통스럽게 만들 단계적 대응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긴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핑계 삼아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대만을 해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과거 수년간 중국은 적의 실수를 포착하면 역공의 빌미로 삼아왔는데, 이번 사건 역시 그렇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미 의원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굳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실질적인 현실도 있다. (방문에 따른) 부담은 거의 대부분이 대만인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미중 관계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고 대만을 장기적인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경제적 타격도 우려된다. 중국은 대만 식품회사 100여 곳을 겨냥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만에 대한 건축자재용 천연모래 수출도 중단했다. 대만 독립 지지 성향으로 분류한 대만민주기금회와 국제협력발전기금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두 단체에 기부한 대만 기업과의 교역도 금지했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대만으로서는 큰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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