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르면 다음 주 추석 민생대책 선제적 발표
채솟값 1년 전보다 25.9%↑…22개월 만에 최대
배추 73%·상추 63%·시금치 70.6%··오이 73% 올라
고온다습한 날씨·생산비 상승…작년 기저 효과도
원재료 가격 상승하자 외식 물가 30년 만에 최대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3% 오르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은 전월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추석 민생대책을 선제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 강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마저 인상된 가운데 기상 여건 악화, 생산비 인상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25.9% 급등했다. 2020년 9월(31.8%)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는 배추 72.7%, 상추 63.1%, 시금치 70.6%, 양배추 25.7%, 미나리 52.0%, 깻잎 32.8%, 부추 56.2%, 무 53.0% 등이 올랐다.
열무(63.5%), 당근(24.3%), 감자(41.1%), 도라지(10.2%), 콩나물(5.8%), 버섯(9.0%), 오이(73.0%), 풋고추(27.0%), 호박(73.0%), 가지(31.1%), 파(48.5%), 양파(18.8%), 마늘(11.7%), 브로콜리(6.8%), 고사리(10.0%), 파프리카(4.4%) 등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채소류 중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고구마(-30.1%), 토마토(-0.8%), 생강(-23.0%)뿐이었다.
여기에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 폭인 15.7%를 보이며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석유류(35.1%)와 축산물(6.5%)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됐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정부의 수입 축산물 할당관세 정책 등으로 각각 전월보다는 2.4%, 0.1% 하락했다.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고온다습한 기온과 생산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폭염과 장마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잎채소 작황이 부진했다. 여기에 비료 가격과 유류비 등 생산비가 증가한 부분도 채소류 가격 상승에 반영됐다. 지난해 다소 낮았던 채소류 가격의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소류를 포함한 농축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방역 조치 해제, 휴가철 등으로 야외활동마저 증가하면서 외식 물가는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인 8.4%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방역 조치가 해제되고 7월 야외활동 증가로 대면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가 올랐다"며 "지난달 농축산물 가격이 올라가면서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밥상 물가와 밀접하게 연관돼있어 가격이 상승하면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9월 중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산물 물가가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 대책을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물가 상방 요인인 추석 연휴를 무사히 넘겨 9~10월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휘발유와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이 하락세에 다소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일정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오는 추석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관계부처에 선제적인 추석 민생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기존 발표한 민생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 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내용을 담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조기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