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리위 둘러싼 내홍 격화…이준석, 측근 김철근 징계 개시 반발

기사등록 2022/06/23 11:58:00

최종수정 2022/06/23 14:42:26

이준석 "길어지는 절차 당 혼란에 전혀 도움 안돼"

권성동 "윤리위 활동 언급 자체가 적절치 않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둘러싼 당 내홍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2주 뒤로 미루고 이 대표 최측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다. 정치권은 윤리위가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22일 밤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 인멸' 의혹으로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김 실장이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보한 장모씨에게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관련 증거를 인멸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는 내달 7일로 연기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단 취지였지만 이 대표는 '이미 몇 차례 윤리위 출석 의지를 밝혔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7월 7일 소명할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모르겠다"면서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텐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최측근 김 실장도 자신에 대한 윤리위 징계 개시 결정에 하자가 있다고 반발했다. 김 실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에 대해 징계절차를 개시한 것은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위반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을 살필 때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절차를 거친 뒤에야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 있고 징계안건이 회부가 돼야 비로소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며 "당무감사위원회가 조사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윤리위원회는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맡겨야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리위에 징계안건이 회부된 경우 지체없이 그 사실을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소명기회를 줘야하는데 이런 절차 역시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저는 소명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했 뿐인데 징계절차가 개시된 바, 이 역시 절차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이 22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이 22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2. [email protected]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윤리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서 "윤리위가 어떤 조사도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어떤 판단을 내리든 정치적 판단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윤리위가 인터넷 방송에서 떠도는 의혹을 가지고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 정말 부끄럽다"며 "선거 전에 무리하게 징계 절차를 밟다 보니 당내에 '뒤에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 '당권 경쟁을 두고 어떤 세력들이 윤리위를 흔드는 것 아니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은 지난 대선 당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가세연은 작년 12월 이 대표가 2013년 사업가에게 성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를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 가세연은 이후 이 대표가 김 실장을 통해 제보자에게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주고 의혹 무마를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를 성상납 의혹이 아닌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대상에 올렸다. 윤리위는 이 대표 측이 의혹 제보자와 접촉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는지와 이 대표의 직접 개입 여부를 중점으로 살피고 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며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을 끌고 이 대표를 망신주기 하면서 지지층 충돌을 유도하고 결국 당을 자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오는 7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론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하며 "경찰 수사가 끝나는지 알 수도 없다. 윤리위가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전 의원 또한 YTN 라디오에서 "당헌·당규상 윤리위가 할 수 있는 징계 범위도 모호한 상태"라며 "민주적 절차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 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시키는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전임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오래 가서 될 일은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여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선 안 된다. 빨리 연착륙할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23. [email protected]

윤리위 활동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징계절차가 비상식적'이라는 반발에 대해 "윤리위 활동은 당헌당규에서 보장된 활동이기 때문에 지도부 일원으로서 윤리위의 그런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원과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부분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이럴때일수록 당이 하나 돼 민생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 혁신위 운영 방향에 대해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성상납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보도자료 이상은 본 게 없다"며 윤리위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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