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프로토콜, 지난달 말 거래업자로 사업자 변경 신고
코인결제, 페이·포인트 결제와 같지만 전금법 대상 아냐
코인법 부재 속에서 코인 지급결제 사업 위험성 높아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페이코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프로토콜이 지갑·보관사업자에서 가상자산거래사업자로 변경신고를 마치고 신고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페이코인의 실질 운용자인 다날이 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코인을 전금법상의 결제망에 결합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가상자산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페이프로토콜AG(페이프로토콜)은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거래업자로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신고 접수 후 45일 내로 신고서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가상자산 보관업자와 달리 거래업자는 은행에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므로 페이프로토콜은 이 기간 실명 계좌를 받아야 신고 수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 현재 페이프로토콜을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시중은행 중 한 곳과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 중이다.
앞서 페이프로토콜은 지난해 9월 가상자산 지갑·보관업자로 FIU에 신고 후 올해 4월 신고 수리 결정을 받았다. 다만, 금융당국은 당시 페이코인의 유통과정에서 다날과 다날핀테크도 가상자산 지급결제에 참여하고 있는 구조이므로 이들도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선 정보통신업자인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가상자산 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이 필수적이다. 은행 실명계좌 발급만큼은 아니지만 ISMS 인증도 절차가 까다롭고 획득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페이코인 서비스 중단될 수도 있어 다날은 페이코인 지급결제 구조에서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빠지는 쪽을 선택했다.
페이코인, 페이·포인트 결제와 같은 구조지만 전금법 해당 안돼
현재는 페이프로토콜이 원천사(신용카드사)처럼 PG사인 다날에 페이코인 이용자들의 가맹점 결제에 대한 대금을 보유 중인 현금으로 직접 지불하고 있다. 다만 이 방법도 임시방편으로 사용 중이기 때문에 페이프로토콜이 앞으로 얼마나 버텨낼지 미지수다.
신고 수리서 심사기간이 3주가량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는 페이코인의 사업형태가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 중 유일한 지급 결제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페이코인 사업내용이 사실상 선불전자지급수단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포인트 지급 결제형 사업을 '코인 지급 결제형' 하나로 바꾸면서 현행법의 규제를 모두 비켜나간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의 대상이 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페이, 포인트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가치가 고정돼 있어 코인과는 다르기에 페이코인은 전금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FIU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조직이기에 페이프로토콜을 대상으로 전금법에 따른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다.
다날-페이프로토콜-다날핀테크로 이뤄지는 구조…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과 같아
또한 페이코인은 다날이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업력을 발판 삼아 15만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기존 결제 구조를 살펴보면 다날의 계열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코인을 발행해, 이용자들이 다날이 보유한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이에 대해 다날을 가맹점에 현금 정산을 하고 페이프로토콜로부터 페이코인을 받는 형태였다. 다날핀테크를 이를 통해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기존 페이코인의 사업 구조는 코인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코인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구조와 다름없다. 현재 거래소의 자체 코인 발행과 유통은 특금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특금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나 사업자의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을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 매매나 교환에 대한 중개나 알선을 대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놓았다. 다날은 중개, 알선을 하는 거래소 사업이 아닌 직접 매매 교환했기에 페이코인 사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25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프로토콜은 국내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날은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 페이프로토콜 관련 법인을 스위스에 설립했기에 현지에서 법정화폐를 교환해 다날에 지급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기존 지급 결제 구조보다 처리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다날이 페이코인 사업을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한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코인 총발행량 중 유통량은 6% 남짓…코인 규제 빈틈 노린 유사 사업 창궐 우려도
페이프로토콜의 사업자 변경신고가 완료돼 페이코인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유사한 모델이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페이, 포인트 사업자들도 다날의 사업모델을 가져와 포인트를 코인으로 바꿔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포인트나 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전금법에 의해 결제 구조에서의 위험성이나 결제수단의 안정성을 확보받을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지급 결제 수단으로 쓰이기엔 아직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페이프로토콜 관계자는 "페이코인의 안정적인 서비스 지속을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등 신고서 수리를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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