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불구덩이서 1명만 창문으로 탈출

[대구=뉴시스] 박준 고여정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빌딩 화재 사건과 관련, 최초 불이 난 203호에서 1명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탈출에 성공한 A씨는 전날 사고로 숨진 변호사의 사무국장이다.

A씨는 방화용의자 B씨가 불을 내자 곧바로 사무실 안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사무실 안에는 방화용의자를 포함해 총 8명이 있었다"며 "방화용의자가 불을 내자 A씨는 사무실 창문을 통해 곧바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며 "별다른 부상이 없어 병원 치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가 사고 당시 변호사 사무실 문을 잠근 뒤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후 분신을 했다는 증언도 있음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방화용의자에 대한 부검을 통해 분신 여부 및 방화용의자가 방화에 사용한 물질 무엇인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계획이다.

경찰은 전날 수색을 통해 방화 용의자 집에서 인화성 물질이 담겨 있는 통을 발견하기도 했다. 발견된 통안에 든 물질이 휘발유인지 시너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방화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화재 발생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망자 6명 중 2명의 몸에서 자상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망자 신체에서 자상이 발견된 만큼 살해 고의성 여부에 무게를 두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망자 6명에 대한 장례는 합동 장례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지만 부검 등으로 인해 당초 계획된 것보다 조금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가 수억원의 신천시장 재개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화 용의자는 대구 수성구 신천시장 도시환경정비사업 투자자로 투자금 반환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방화 용의자는 신천시장 재개발을 추진하며 6억85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재개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주택 정비 사업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방화 용의자는 재개발 사업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2019년 시행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시행사를 상대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시행사는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방화 용의자는 지난해 4월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또다시 민사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소했고 항소했다.

사고가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은 시행사 대표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사고 당시 시행사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타 지방으로 출장을 가 있어 화를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신천시장 재개발을 추진하며 시행사와 많은 고소 고발이 있었다"며 "이 부분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7층짜리 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께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남 5·여 2)이 숨지는 등 총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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