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 공정·중립 확보' 개선안 준비
수사심의위 등 판단대상 및 권고효력↑
국회서 비공개로 출석·자료제출 요구도
내부에서 쓴소리 낼 회의체 정례화 방안
특별법, 검찰 '핵심 카드'로 급부상할까?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체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준비 중인 방안들의 특징은 '외부 의견 수렴'으로 요약된다.
어떤 사건을 수사할 것인지부터 진행과 종결에 이르기까지 바깥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면 국회의 비공개 검증을 받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의 각 부서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검수완박이 형사사법체계를 흔들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등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검찰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대에 부응할 만한 개선책을 내놔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소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검찰 수사와 관련한 외부위원회 강화 방안이 거론된다.
일선 검찰청에는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가 설치돼 있는데 ▲고위공직자 및 부정부패 등 사건 ▲피해자가 다수인 금융·경제범죄 사건 ▲조직폭력·마약·성폭력 사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관해 심의하는 기구다.
시민위에는 다양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이들은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되는지, 기소 및 불기소를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의견을 낸다.
대검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있다. 수사심의위는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수사계속 및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곳이다.
이러한 위원회들은 검찰 수사의 투명성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심의 결과의 효력은 권고에 그쳐 강제성이 없다는 비판이 따랐다. 수사심의위의 경우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중단을 권고했으나, 당시 수사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검찰은 외부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심의 결과에도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향의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강제수사나 기소 여부만을 심의하는 게 아닌, 처음부터 해당 사건을 수사할지에 관해 외부의 견해를 듣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정치권에서 검찰이 선별적으로 수사에 나선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평검사회의에선 영미 국가가 운영 중인 '대배심제도'를 참고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형사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로 이뤄진 대배심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에도 보다 강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자체 개선안이 아닌 입법이 필요한 대책을 건의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 직접 검증을 받도록 관련 법을 고치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국회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질의하거나 자료를 요청해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등 수사책임자가 국회에 출석해 현안 질의를 받거나 자료 제공 등을 고려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수사의 밀행성, 사건관계인의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처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국회가 검사를 상대로 헌법에서 보장한 탄핵소추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외부에 의존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자정을 위한 회의를 꾸준히 열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평검사회의에선 검찰 수사를 감시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회의체가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국 판사들이 1년에 두 차례 모여 사법부의 현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가 참고 대상이다.
한편 자체 개선안이 아닌 방안 중에선 특별법 제정도 유력하게 검토될 여지가 있다. 청와대도 특별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검찰의 협상 카드로 급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검찰은 특별법과 같은 법률을 건의하는 건 법무부의 소관 업무이고, 제정 자체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아직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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