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수도 키이우 검문소에서 6일 결혼식 열려
우크라 영토 방위군 커플 전투복 입고 결혼해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의 참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위치한 검문소에서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대신 전투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웨딩마치를 울렸다.
신랑, 신부 뿐 아니라 주례를 맡은 신부도 하객들도 모두 전투복 차림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부가 머리에 쓴 면사포와 부케 등이 검문소에서 열린 이날 행사가 결혼식임을 짐작하게 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의식으로 치러진 결혼식에서 신부는 머리 위에 왕관을 쓰지만, 이날 신부의 머리 위에는 왕관 대신 군용 헬멧이 씌워졌다.
주례는 이 커플의 결혼을 축하하며 "신부로서 나는 어떤 무기도 사용할 수 없지만, 내 임무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복 차림의 하객들이 준비한 선물도 눈길을 끌었다. 하객들은 추운 날씨 최전방에서 싸우는 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전기 주전자와 압력밥솥 등을 준비했다.
커플이 키스를 나누자 하객들은 "가족에게 영광을! 가족에게 영광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이라고 외치며 조국 수호 결의를 다졌다.
이후 머리 위를 나는 드론에서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객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하객들은 한 손에는 무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신부에게 축하의 의미로 건네는 흰 장미를 들었다.
이 커플은 우크라이나 영토수비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지원군으로, 전쟁이 터진 지난달 말 만나 한 달도 안돼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이 커플은 전쟁이 터지면서 영토 방위군에 합류했다.
신랑인 발레리 필리모토프는 "여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고, 이를 자키기 위해 군대에 합류했다"며 "적에게 이를 넘겨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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