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간사단 간담회서 "국민 숨소리에 반응"
여야합의·패스트트랙·당론화 등 분류해 깨알 주문
李 "단독처리할 건 하자" 채근에 '속도도절' 요구도
[서울=뉴시스]정진형 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4일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입법·정책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처리 방식을 기준으로 법안을 세세히 '분류'해가며 신속 처리를 지시하기도 해 후보가 여당의 주도권을 쥐고 이끄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원내에도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국회 문화와 행정가 출신인 이 후보의 방식이 자칫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민생·개혁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우리의 민첩하지 못한, 그리고 국민들의 아픈 마음과 어려움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면서 큰 절을 올렸다.
이어 참석 의원들을 향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회부까지 거론하며 "국민의 작은 숨소리를 놓치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낼 수 있는 최대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번호를 부여하자"면서 ▲여야 합의 처리(0번) ▲정기국회내 신속 책임 처리(1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2번) ▲당론 정리 필요(3번) 등의 분류 방식을 제안한 뒤 보고된 법안들을 일일이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초 30여분 간만 언론에 공개하려던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량 이어졌다.
한 예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법안과 관련해선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이 "여야간에 합의처리해 국회에서 이번주 내에 마무리 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후보는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 혹시 모르니 마지노선을 정하자"고 되물었다. 윤 위원장이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자 만족한 듯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사무장 병원 근절을 위한 사법경찰 관리 직무 법안 보고를 받은 후 "윤 모 후보에 관계된 사람이 관련된 거 아니냐. 단속을 안 하니까 그런 사기범죄를 저지른 거 아니냐"면서 윤석열 후보 장모 의혹을 에둘러 거론하며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주문하는 1번을 부여하기도 했다.
스스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임을 언급하며 원내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도 보였다.
풍력발전보급촉진법을 비롯한 에너지전환법 처리를 논의하며 윤 원내대표가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칠 예정이다. 패스트트랙보다 빠르다"고 설명하자, 이 후보는 웃으며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내가 의원을 안 해봐서. 더 빠른 방법을 의원들이 찾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원내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확대 관련 법안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언급하자 이 후보는 "패스트트랙보다 안건조정위가 더 빠르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관계3법(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이르러선 상임위원장을 직접 호명하며 채근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 후보는 "교원·공무원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 아니냐. 이건 국제노동규약 위반이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인데 왜 처리가 안 되느냐"고 물었고, 윤 원내대표는 "이것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라고 첨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서영교 행안위원장님이 (법안을) 많이 갖고 계신다"며 "내가 알기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정과제였지 않느냐. 그럼 해야하는 것 아니냐. 불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영교 위원장은 "아니다"라며 "여야 이견 이전에 행안위에만 법안이 1800여건이고, 그간 법안 450~460개를 통과시켰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잘 살펴서 여야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재차 "환노위는 (야당 상임위원장이니) 반대로 통과 못 할 테고, 행안위는 (여당)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느냐"며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서 위원장의 문답이 길어지자 보다 못한 국방위 여당 간사 기동민 의원이 "국민들에게 (후보의) 절박성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다 지켜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법안들을 다 이렇게만 하고 끝내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고 불협화음이나 공포가 있을 듯 하다. 좀 더 정리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칫 대선후보가 일방적으로 의원들에게 법안 처리를 하달하는 모습을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해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후보는 "의원들이 사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죄송스럽긴 하다"면서도 "어떻든 내게 주어진 선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여러분에게 좀 이질적인,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무리한 말씀을 드린 게 있다고 해도 이해해주기 바란다"면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는 회의 후 만난 기자들이 '의원들도 무리하다는 반응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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