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발언 기조…"나도 당했다→"작은 티끌조차 책임" 변화
明, 정치적 지형에 따라 '조국 사태' 발언 수위 조율 경향
이준석 "明 움직임 다급해 보이고 성급해 보여…일관돼야"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관련해 '작은 티끌조차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중도층 공략을 위해 강성 친문의 반발을 딛고 이른바 '조국의 강'을 건널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지사는 '선택적 정의에 희생됐어도 잘못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도, 전략적 침묵을 유지할 때도 있는 등 정치적 지형에 따라 발언 수위를 조율하는 특유의 실용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YTN '뉴스Q'에 출연해 '조국의 강을 어떻게 건널 것이냐'는 질문에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는다"면서도 "집권세력의 일부로서 작은 티끌조차도 책임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과도한 수사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며 "다른 사람에 비해 경미하지 않느냐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더 가혹한 책임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선대위 '레드팀'을 맡은 조응천 의원은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도층 공략을 위해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친조국 성향인 검언개혁 촛불행동연대 4차 촛불행동에 화상 출연해 검언개혁 요구에 호응하면서 "목표는 잃지 않는다"며 실용주의 행보에 대한 양해를 구한 상태다.
그는 당시 '실용주의라 가치논쟁을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식구들이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끊임없이 매달리면 원정이 불가능하다. 집안은 서로 믿어주고 결국 원정해서 중원을 차지해야 세상을 바꿀 힘도 기회도 생기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 후보는 친문의 견제를 받던 경기지사 시절에는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공방에 적극 참여하며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2019년 8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가족 증인 채택 여부로 공전하자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이라며 "수사나 재판도 아닌 청문회에 당사자가 아닌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같흔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나와 내 가족이 수없이 당해서 동병상련으로 말한 것"이라며 "중범죄자든 경범죄자든 법이 정한 헌법상 원칙을 지켜줘야 하는데 국가기관이 힘없는 개인을 상대로 수사하면서 포토라인에 서게 해 망신을 준다. 옳고 그른 게 아니고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3월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게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마녀사냥과 인권 침해를 중단할 것을 공개 촉구하며 온라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지지율 선두로 올라선 이후에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각을 세우지도 적극 옹호하지도 않는 모호한 모습을 보였다. 조국 사태에 실망한 중도층 공략 차원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경쟁 후보의 추격세가 도드라지자 다시금 대응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조 전 장관이 저서 '조국의 시간'을 출간했을 '때 조국 감싸기'에 나선 다른 당내 주자들과 달리 전략적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6월2일 JTBC 인터뷰에서 "이미 정쟁의 수단이 됐는데 거기에 내가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와 보조를 맞추는 수준의 대응에 그쳤다.
이 후보는 7월 경선 예비후보 대상 '국민 면접' 면접관으로 조국흑서 필진 김경율 회계사가 섭외되자 조 전 장관을 옹호하며 거부감을 드러낸 친문계 예비후보와 달리 "당이 독한 국민 면접을 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얼핏 보고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고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쉽다는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출마선언 직후인 7월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해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 선택적 정의 행사' 등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법원의 결정으로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그 점에 대해선 조 전 장관 가족들도 책임을 져야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지율 격차를 좁혀오자 같은달 14일 여권 성향 유튜브 채널 '박시영 TV'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선택적 정의를 행사한 것"이라며 "나도 똑같이 당했다. 그래서 동병상련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 전 장관과) 사실 자주 연락한다"며 다소 결이 다른 얘기를 했다.
이 후보는 8월11일 조 전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다른 경선 후보와 일제히 안타까움을 드러냈지만 성명 발표는 가장 늦었고 발언 수위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조 전 장관과 연대를 공개 선언한 타 후보와는 거리를 뒀다.
야당은 이 후보의 조국 사태 관련 행보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요구 받고 "그런 움직임은 오히려 다급해 보이고 성급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은 일관돼야 한다. 조국 사태 때 그런 말씀을 했으면 이 후보가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른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그런 부분을 언급 안 하다가 지금 한다고 해서 국민이 '이 후보가 진정성 있게 전향적인 발언을 했구나'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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