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화법로 지지층 결집 성공…본선 직행 청신호
'거친·불안한' 이미지 고착 부작용…본선 악재
"'대장동 게이트 규정' 검찰 수사에 明 운명 걸려"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특혜 의혹 대응 과정에서 독한 '직설 화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의 직설 화법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불안한 후보' 이미지를 고착시켜 중도층을 잡아야하는 본선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부수를 자랑하는 중앙일간지인데,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고 특정 보수언론을 공개 비난했다.
그는 같은달 29일에는 캠프 인사가 주최한 '개발이익 환수제도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저를 절대권력자 비슷하게 생각해주니까 이 사실을 믿는 국민의힘에 특별한 지시를 하나 하겠다"며 "이준석 대표는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하도록 하겠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에 있는 섬에 위리안치를 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2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는 "제가 (화천대유) 주인이면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던져줄지언정, 유서대필 조작했던 검사(곽상도 전 의원) 아들한테 뭐가 이뻐서 돈을 주겠나. 저 같으면 1원도 안 줬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날 3일 경기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자기들은 이런 일에서 안 먹은 일이 없거든 (그래서) 이재명이 설마 안해먹었을리가 있나 생각하는 것"이라며 "왜냐면 돼지니까. 본인들이 부정부패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런 큰 이권을 놓고 부정부패를 안 했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하는 것. 부패한 사회를 정말 벗어나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거듭 힐난했다.
이 지사의 프레임 설정은 '대장동 설계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돼 '대장동은 개발이익 환수 모범 사례', '민간 수익 배분은 성남시가 알 수 없는 문제'라는 방어 논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지지층 결집을 야기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을 매개로 '이재명=불안한 후보' 공세에 나섰지만 이 지사 측이 내건 '내부 총질, '국민의힘의 논리로 이 지사를 공격한다'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경선 승부처로 꼽힌 2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했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사이다처럼 말하는 것에 지지자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한다"면서 "캠프는 처음에 후보는 자제하고 캠프 차원에서 대응하자고 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지사의 직설화법이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본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 캠프에 속해있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불안정하다', '거칠다'는 이유로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가진 표심이 있다"며 "국정 책임자로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하는 본선에서 중도층 결집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대장동 특혜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 성과라는 본인의 발언을 스스로 뒤엎었다"며 "검찰 개혁을 외치다 검찰 수사에 이 지사의 운명을 맡기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짚었다.
다만 이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의원은 "이 지사는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본인이 어느 선까지 발언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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