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차질없이 진행' 말한 가덕도 신공항…오늘은 "반대"
崔, 캠프 해체 후 '공감 힘든' 행보…상속세 폐지·낙태 근절
'공정·따뜻함·애국' 키워드 희석…"내가 알던 사람 아닌 듯"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캠프 해체' 후 그의 방향을 잡아 줄 인물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3일 최 전 원장은 '다들 공감하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정책을 발표하겠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혈세를 수십조원이나 더 사용하게 될 가덕도로의 변경은 아무런 절차적 정당성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최 전 원장의 이날 정책 발표를 놓고 당혹스럽다는 평가가 이었다. 그는 지난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 주 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내부 조직에서도 충분히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의 '공감하기 힘든'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6일 '상속세 전면 폐지', 22일에는 '낙태 반대' 메시지를 내놨다. 상속세 폐지의 경우 평범한 노동자인 대다수 유권자들의, 낙태 반대의 경우 여성의 표를 끊어내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날(22일) 논란이 된 '21대 총선 부정 의혹'도 마찬가지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검증결과 확인된 비정상적 투표용지들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납득할만한 해명을 촉구한다"고 썼다가 댓글로 비판이 이어지자 관련 글을 삭제했다.
캠프 안팎의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회견이 예고된 날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김영우 전 의원은 "최 후보께 좌도 우도 생각지 마시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보에 치중하시라고 마지막 조언을 드렸다"며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기자간담회를 하신다고 해서 제가 제동을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여서"라고 썼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상속세 폐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보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낙태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의 경우 더 큰 비난이 이어졌다. 낙태죄는 이미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다. 대선 후보가 헌재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모양이 된 것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안전하지 못하게 낙태 수술을 받다 사망한 여성들의 수많은 죽음들은, 여성의 결정권을 폭력적으로 빼앗았던 정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분(최재형)은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고 비꼬았다.
◇'공정·따뜻함·애국' 키워드 잃은 최재형…지원군도 "내가 알던 사람 아닌 듯"
최재형 전 원장의 당혹스러운 정책 발표가 시작된 건 지난 14일 밤 깜짝 캠프 해체 선언을 한 뒤다. 그는 "주변에 있던 기성 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됐다"고 고백하며 "이 시간부터 최재형 캠프를 해체한다. 홀로 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홀로 선' 최 전 원장이 오히려 '최재형 다움'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 '따뜻함' '애국' 등 최 전 원장을 따라다니던 긍정적인 키워드가 희석됐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일찍이 "새로운 정치 안 해도 되니 차라리 캠프를 도로 만들라. 이러다 대형사고 칠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캠프 해체 후 최 전 원장을 떠난 이들도 뼈있는 말을 남기고 있다. 김영우 전 상황실장은 "최재형 '다움'의 실체가 진짜로 무언지, 있다면 그게 실제로 주변의 어떤 사람들에 의해 침해되어 가고 있는지 열띤 토론과 냉정한 분석이 선행된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겠죠"라고 비판했다.
캠프의 최준구 전 공보팀장도 캠프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 펼쳐질 '최재형 다운' 행보에도 변함없는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실상 최 전 원장 답지 않을 행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 전 원장이 정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그를 지지해 왔던 한 인사는 최근 "(최 전 원장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해체와 함께 자기 편을 잃은 건 최 전 원장의 가장 큰 실책이다. 최 전 원장은 그의 옆을 지키던 전·현직 의원을 '기성 정치인'으로 깔아 뭉개며 '자기들끼리 함정을 파고 모략하는 피곤한 저질 정치'를 하는 인물들로 치부했다. 캠프에 있던 전·현직 의원까지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한 정치계 인사는 "정치를 하다보면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참 소중하다"며 "자신을 지지하겠다고 먼저 찾아온 사람마저 적으로 만든 사람이 유권자를 어떻게 설득하겠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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