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먹던 부친 살해…"맞고 자랐다" 감안 2심 감형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서울 노원구 한 가정집에서 7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아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일부 감형했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정총령·조은래·김용하)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할 최상의 가치이고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며 "A씨가 고령의 부친 B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는 A씨가 어린시절부터 술에 취해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며 "모친 사망 후 형편이 넉넉치 못했음에도 A씨는 B씨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를 하는 등 도움을 줬고, 범행 당일에도 연락을 받지 않은 B씨 집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만취 상태에서 모친의 죽음에 B씨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언쟁을 벌였다"며 "B씨가 먼저 A씨 뺨 부위를 때리자 화가 나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그러면서 "유족들 모두가 수사과정에서부터 A씨를 용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A씨 역시 범행 직후 주변사람들에게 신고를 요청했고 출동한 경찰관을 범행 현장에 데리고 간 점 등을 비춰볼 때 원심의 형은 일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1월26일 오전 4시47분께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 이웃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집 화장실에서 옷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집 안 곳곳에 피를 흘린 자국과 깨진 소주병 등이 있었으며, 현장에 있던 A씨의 몸에도 피가 묻어있었다고 전했다. 사망한 B씨의 사체에는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생명 침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A씨에게 엄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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