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째 2%대 지속
체감물가 3.4%↑…4년 만에 최대 상승
정부 "3분기, 물가 안정" 전망 빗나가
국민지원금·캐시백 등 물가 상승 압력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인 지난 5월, 7월과 같은 수준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올해 3분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벌써 5개월째 2%대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는데다가 가을 태풍·장마, 국제유가 추가 상승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정부마저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을 풀면서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점쳤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9년 만에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5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100)로 1년 전보다 2.6%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가장 높았으며 상승률 또한 5월, 7월에 이어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2017년 1~5월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셌습니다. 장바구니 물가인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8% 상승했습니다. 품목별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등으로 달걀이 54.6% 올랐습니다. 수박(38.1%), 고춧가루(26.1%), 시금치(35.5%) 등 가격도 껑충 뛰었습니다.
휘발유(20.8%), 경유(23.5%), 자동차용 LPG(25.3%) 등 석유류도 21.6% 오르며 상승세가 지속됐습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집세도 전년 동기 대비 1.6% 올라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습니다. 전세(2.2%)는 2018년 1월(2.2%) 이후 3년 7개월 만에, 월세(0.9%)는 2014년 7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오르며 2017년 8월(3.5%) 이후 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3.1%) 역시 4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앞서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거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월 "3분기부터는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간 기준으로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3분기로 접어든 7월과 8월 모두 2.6% 상승세를 보인 점을 비춰보면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추석 수요와 맞물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데다가 가을 장마·태풍 등 기상악화, 국제유가 상승 등도 불안 요소로 꼽힙니다. 여기에 6일부터 1인당 25만원씩 지급되는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과 10월 개시 예정인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 등도 소비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0%를 상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1.8%를 웃돌아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최대 물가 상승률인 2%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9~12월 남은 넉 달간 연속 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평균 0.1% 하락해야만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가 되는데 지금 추세로 보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물가 체감도가 연중 가장 높은 추석을 기점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입니다.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물량을 평시 대비 1.4배(지난해 기준 1.3배) 늘리고 전체 공급량도 전년보다 25% 확대합니다. 특히 계란은 살처분 농가 재입식을 추석 전 완료하고 이달에 수입란 1억 개를 공급합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지난해보다 각각 1.2배 1.15배 공급을 늘리고 수입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 업계와의 소통 강화 등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