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20대…2만~3만원씩 150여만원 뜯어
"돈 잘 빌려주고, 신고 안해" 범행 대상 삼아
[청주=뉴시스]김재광 기자 = "지갑을 버스에 놓고 내렸는데, 차비 좀 빌려주세요."
지난 3월 5일 오후 5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내린 중학생 김 모(15) 양에게 20대 남성 A씨가 말을 걸어왔다.
A씨는 "증평에 제사를 지내러 가야하는 데 지갑을 잃어버려 버스를 탈 수 없다. 차비를 빌려주면 꼭 갚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고, 김 양의 휴대 전화와 송금해줄 은행계좌 번호를 달라고 했다.
망설이던 김 양은 A씨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 2만 원을 계좌로 송금해 줬다.
집으로 돌아온 김 양은 2시간 뒤 A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했으나 착신이 금지된 번호였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여학생을 상대로 '차비'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B(2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청주지역 버스승강장 인근에서 귀가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차비를 빌려달라는 수법으로 현금이나 계좌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가 돈을 빌린 학생의 이름,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적어놓은 메모를 보고 피해자가 수십명, 피해액이 150여만 원에 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양과 같이 2만~3만 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B씨는 집에서 나와 PC방에서 지내며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서 "여학생들이 의심 없이 돈을 잘 빌려주고 신고도 하지 않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습사기 혐의로 B씨를 기소의견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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