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부부장 담화 통해 한미 연합훈련 취소 압박
"50대50"…美와 협의 통해 연합훈련 축소·연기 가능성
"대통령 전향적으로 검토할 여지 있어…美설득이 관건"
8·15광복절 전후 분수령…靑 "양국이 종합적으로 고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단초가 될 통신선 복원 이후 임기 내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등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통신선 복원 직후인 지난달 30일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2건을 전격 승인했다. 지난해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약 10개월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연합훈련 취소 '카드'를 다시 내밀면서, 정부가 연합훈련 축소·연기 등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연합훈련이 2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미국을 어디까지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오후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1년여 만에 만들어진 화해 기류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상 간 합의로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유지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단 한미 군 당국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10~13일 예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으로 16~26일 본훈련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다만 한미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군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합훈련 축소·연기 가능성에 대해 "50대 50으로 볼 수 있다"며 "한미 간 상호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훈련을 축소·연기하면서 남북관계 흐름에 따라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19년부터는 기존의 키리졸브나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훈련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동맹 19-1'이나 '연합지휘소 훈련'으로 부르는 등 홍보를 자제하는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훈련도 지난 상반기에 준해 이미 축소된 규모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기 등 추가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방부가 "양국 상호 결정"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남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연합훈련을 연기하고 북한을 올림픽으로 끌어낸 경험이 있다. 이런 사례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우리가 미국을 설득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합훈련이 동맹 간 협의 하에 연례적으로 열리고 공약 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맞물려 있어 그대로 진행돼야 하는 주장이 있는 만큼, 축소·연기 여부 등을 두고 한동안 문 대통령의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훈련 연기를 계기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통상 한미 연합훈련 공식발표가 훈련 당일을 기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남북관계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한 차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8·15 광복절에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군 당국에서 이미 밝혔듯이 한미 연합훈련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양국이 협의해왔다. 미국도 이미 그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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