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부총리 주재 세제발전심의위서 세법개정안 확정
국가전략기술 R&D 공제 10%p↑·시설투자 6~16%
연매출 8천 이하 생계형 창업, 50~100% 세액 감면
청년층 집중 지원…일자리 창출 기업 세액공제 확대
고액체납자 가상자산 압류…납부지연 가산세 손질
대·중소기업·서민층 세부담 줄고, 고소득자만 늘어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배터리, 백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 관련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 공제 확대 등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회복이 더딘 일자리를 늘리는데 적극적인 기업이 세액 공제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과 생계형 창업은 세액 감면 등 지원을 확대한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속에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의 세수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세 흐름과 달리 대기업, 중소기업, 서민층은 세부담이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는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선도형 경제 전환 및 경제회복 지원 ▲포용성 및 상생·공정기반 강화 ▲안정적 세입기반 및 납세자 친화 환경 조성 등 3개 방향으로 나뉜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3일 세법 개정안 브리핑에서 "정부는 코로나 피해지원 등을 위한 추경 편성과 완전한 경기회복 뒷받침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 2.0 등 모든 정책 역량을 초집중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 역량을 뒷받침하는 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지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민생과 직결된 세제개편이 아닐 수 없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 지원, 우리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국세 13개와 관세 3개 등 총 16개 개정대상 법률안을 다음 달 12일까지 입법예고 후 8월2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우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미래 성장 동력 핵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전략기술로 분류, R&D·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늘린다.
R&D 비용 공제율은 신성장·원천기술 대비 10%포인트(p) 상향하고, 시설투자 비용 공제율은 신성장·원천기술 대비 3~4%p 늘린다. 국가전략기술 R&D 비용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30~40%, 중소기업은 40~50%의 세액 공제율이 적용된다.
시설투자는 당기분에 대해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의 세액 공제율을, 증가분은 모든 기업에 4%가 적용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취업 취약계층 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계층별로 필요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거나 연장한다.
폐업한 중소기업이 재기하면 최대 3년간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재산 압류·매각을 유예하고 있다. 이 혜택을 직전 3개 과세연도 연평균 수입액 1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서 '15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결손금(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생긴 손실금) 소급 공제' 허용 기간도 직전 과세연도(2019·2020년) 납부 세액을 한도로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재기 자영업자의 체납액 징수 특례도 확대해 납부 지연 가산세를 면제하고, 최대 5년간 분할 납부하도록 허용한다.
생계형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율 우대 적용 대상을 기존 매출액 4800만원 이하에서 간이과세자 수준인 8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그 외 지역으로 나눠 5년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50~100% 감면한다.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고용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고용 취약계층 취업이 확대되도록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청년·장애인을 신규 채용하면 1인당 연간 최대 1300만원까지 세액공제하고, 공제 기간도 3년 연장해 일자리 회복력을 강화한다.
기존에 받던 세액공제 혜택은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을 때에만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중소기업 상시근로자가 증가하면 늘어난 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2년간 50%를 세액 공제하던 것도 공제기간 동안 고용이 줄어들면 그 동안 공제 받은 세액을 추징한다. 경력단절여성 채용 세액공제는 경력단절 인정 기간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조기 복귀를 돕는다.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청년 장기펀드 40% 소득공제를 신설하고, 청년희망적금 이자소득 비과세도 새로 추진한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수령액 소득세 감면도 50%에서 90%로 확대한다.
새로운 조세 회피 수단이 되고 있는 국제거래, 가상자산, 해외부동산 등을 중점 관리하고, 납부지연가산세율은 시중 연체금리 수준을 감안해 완화한다.
특정 외국법인(CFC)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유보소득에 대한 합산과세 제도 세부담률 판정기준을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의 70% 수준으로 상향한다.
외국법인이 연락사무소를 고정사업장처럼 운영하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해 세부담 회피를 마고, 국내 소비자에게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 동영상,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국외사업자는 거래명세를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고액·상습체납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를 압류해 강제 매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한다.
과세기반 확충과 함께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개정도 이뤄진다. 물가·소득수준을 반영해 납부지연가산세가 면제되는 소액 체납세액 기준을 13년 만에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납부지연가산세율은 인하한다.
이번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는 향후 5년간 1조5050억원 감소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R&D·시설투자 세액공제(-1조1600억원), 저소득층 소득지원을 위한 근로장려금(EITC) 확대(-2600억원) 등의 감소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도별 세수효과는 2022년 1조2579조원 감소, 2023년 1901억원 감소, 2024년 200억원 감소, 2025년 193억원 감소 등이다. 2026년 이후에는 177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 세부담이 늘었던 것과 달리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대기업 세부담이 8669억원 줄어든다. 중소기업(-3086억원)과 서민·중산층(-3295억원)도 감소한다. 반면 고소득자는 소폭이긴 하지만 50억원 늘어나며 부자 증세 기조가 이어졌다.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금년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중에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을 빼면 대기업은 161억원 세부담이 증가하고, 중소기업은 316억원 감소하게 된다"며 "대기업은 아주 조금 증가하는데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세수중립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