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힘 선점에 윤석열, '대선 둥지' 어디서 트나

기사등록 2021/07/18 11:00:00

尹, 국민의힘 조기입당 대신 한동안 '장외'

제3지대 연대 카드 유효하지만 실효성은 한계

국힘 최종후보 선출시 막판 단일화·입당 관측

野 경선 시작·추석 무렵 정치 연대 가시화 주목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6.2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야권의 '장외거물'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의힘 입당 선수를 빼았겼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외를 떠돌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를 맞은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도층 껴안기를 통한 탈출구 마련을, 장기적으로는 어디서 대선 둥지를 틀 것인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둥지 선택지는 제1야당과 제3지대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여전히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거리를 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입당보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며 원론적인 야권통합을 주창할 뿐 국민의힘 입당 시점은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아예 닫지 않으면서도 제3지대에 가까운 인사들과도 접촉을 병행하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 대권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 장고하는 모양새다.
 
대선이 8개월 남은 시점을 감안할 때 신당을 만들어 기존의 당을 흡수하는 '역(逆)빅딜'은 불가능하다. 통상 창당하는데 준비 기간이 두 달 정도 걸린다고 볼 때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인맥도 두텁지 않은 윤 전 총장으로선 대선이 8개월 남은 시점에 리스크가 큰 신당 창당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독자 세력화가 불가능하다면, 윤 전 총장으로선 제도권 정당을 리모델링하거나 아니면 수권 능력을 갖춘 기성정당에 의탁해서 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보수 진영으로 인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야권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으로 둘로 나뉜 상황에서 어느 한 당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무소속 주자로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지만 국민의힘 입당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치참여 일성으로 정권교체를 내걸었지만, 정치세력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0선'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여론을 감안할 때 윤 전 총장이 기성 정당에 들어가는 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2021.06.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2021.06.30. [email protected]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자진해서 나섰지만, 윤 전 총장이 완곡하게 거절한 것도 비슷한 예다. 윤 전 총장 측근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김영환 장관님이 정치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실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논의 중이고 아마 지금 해오신대로 '외곽'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로 중도·진보층과 호남 지역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반대가 두드러진 점도 외연확장을 우선순위에 둔 윤 전 총장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의 SNS 첫 정치 메시지인 "국민의 윤석열로 새 걸음"을 두고 새 정치에 대한 욕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기존 정치 세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대권을 잡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교체론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쪽에선 최 전 원장의 전격 입당으로 고무된 분위기지만 윤 총장이 조기입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을 따라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당내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당내 노련한 대권주자들의 집중 견제가 최 전 원장 대신 윤 전 총장에게 쏠려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꽃가마를 타게 될 확률도 낮아진다.
 
그렇다고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리모델링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얼마 전 회동에서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협력자"임을 확인한 바 있다. 걸림돌은 국민의당이 세력이 약한 군소 정당이란 점이다. 원내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해 당내 조직이나 지역기반이 부족하고 당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외연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21.07.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21.07.15.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제3지대 연대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는 관측도 있지만, 중량감 있는 제3지대론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개척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추구하는 정치적 거물을 등에 업고 정치적 연대에 나선다면 보수세력은 물론 중도층과 일부 야당표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치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장외 주자였던 최 전 원장마저 국민의힘행을 택하면서 제3지대에서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도 더 힘들어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정치교체"를 강조하고 나오면서 제3지대론을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는 "정권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과 의도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한 대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띄우는 '대선 경선버스'의 출발 시점을 전후해 윤 전 총장이 어느 정치적 세력과 연대에 나설지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는 9월 추석 무렵에는 윤 전 총장이 제3의 인물과 정치적 연대로 야권 단일화에 시동을 걸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조기 입당을 택하지 않더라도 선거 막판 야권통합 메시지를 부각시켜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국민의힘 입당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룰수록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검증 공세에 제대로 된 조직을 갖추지 못한 윤 전 총장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효과와 대선행보 본격화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모을 경우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반론도 있다. 최 전 원장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이 보수층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국민의힘에 여론조사상의 지지도를 보면 전부 한 자리수 미만에 놓여 있지 않나? 그렇게 한 자리수 미만에 놓여 있다고 하는 자체는 국민들이 거기(국민의힘) 후보자들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1.07.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1.07.07. [email protected]
이어 "대통령 선거로 가는 기간 동안에 국민들의 시선집중을 위해서도 저렇게 한 사람이 밖에서 자기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끌고 가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움직이는 그런 식이 아니고, 조금 다른 형태로 움직이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지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 전 총장처럼 원칙을 중시하는 입장에선 지지율이 조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길을 계속 갈 것 같다"며 "외부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뽑히는 과정을 보면서 결선 단일화를 위해 막판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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