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서 G20 재무장관회의 열려
G20 등 주요국 장관들과 차례로 양자면담 진행
디지털세·기후변화·IMF 특별인출권 등 의제 논의
[베네치아=뉴시스] 이승재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 체계 총회의 디지털세 합의안에 대해 "역사적 국제 조세 개혁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양국은 오는 10월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최종안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옐런 장관 취임 이후 첫 대면 면담 가져
이번 면담은 지난 3월 옐런 장관 취임 당시 전화 통화를 한 이후 처음 이뤄진 대면 자리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G20 핵심 현안과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홍 부총리는 통화스와프 연장, 이란 원화 자금 이슈와 관련된 미국의 지원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백신, 공급망, 첨단기술, 기후변화, 인적 교류 등 한·미 정상회담 경제 분야 5대 협력 방안의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해 미국이 추진 중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B3W는 2035년까지 40조 달러 이상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계획을 뜻한다.
이에 옐런 장관은 한국의 B3W 협력 의사에 감사를 표하고, 한·미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주요 협력 과제의 구체적 후속 조치를 통한 성과 도출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양측은 이란 원화자금의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로의 자금 이전(SHTA) 등을 협력해 가기로 했다.
기후변화, 디지털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일반 배분 등 G20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홍 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추진 등 기후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신규 해외 석탄 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차원에서 한국의 사례 확산을 희망한다고 언급하면서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민간 참여 확대와 GCF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는 오는 10월까지 논의할 예정인 초과이익 배분율, 매출귀속 기준 등 세부 사항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세부안 마련을 위한 국제 논의가 디지털세 필라1, 필라2의 실제 집행에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홍 부총리는 "저소득국 지원을 위한 SDR 재배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옐런 장관은 환영 의사를 표명하면서 양국은 보다 많은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터키 재무장관과 차례로 면담 진행
먼저 류트피 엘반 터키 재무장관과는 세계 경제가 불균등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측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물가 상승 압력 증대에 따른 금리 인상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번 G20 회의의 주요 의제인 디지털세에 대해서는 OECD·G20 포괄적 이행 체계 총회의 디지털세 합의안 세부 사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오는 10월 재무장관회의까지 논의 과정에서 공통 관심사에 협력하기로 했다.
엘반 장관은 "인공지능(AI),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무역·투자 등 교류를 확대하자"며 "비자 면제, 직항 노선 활성화, 신규 통화스와프 체결,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상호 평가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양국 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터키 측 제기 사항에 대해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양국은 한·터키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어서 홍 부총리는 다니엘 프랑코 이탈리아 재무장관과도 양자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디지털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통한 저소득국 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 G20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프랑코 장관은 "올해 G20 의장국으로 주요 현안이 각국 입장을 반영해 합리적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 장관은 방역 상황, 경제 여건, 코로나19 정책 대응 등에서 양국이 유사한 점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며 "그간 양국 정책 대응 세부 내용과 정책 경험 공유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