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재건축 이주 본격화…전셋값 상승 서울 전역 확산
임대차법·稅 부담 강화·신규 물량↓…"수급불균형 심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한 달 새 많게는 2억원 가까이 올랐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셋집을 원하는 세입자들의 문의는 많은데, 매물 자체가 없어서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간혹 전세 매물이 나오면 기존 신고가를 경신할 정도"라며 "만성적인 매물 부족이 계속되면서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재건축 이주 수요에 입주물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강남발(發) 전세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다. 반포동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서울 전체에서 전셋값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전세의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전월세 재계약 시점과 이사수요가 증가하는 가을철 최악의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생활 여건이 비슷한 인근 지역의 전셋집을 구하려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전세난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초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동작구 등 인근 지역까지 확산 중이다. 지금의 전세난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부터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서초구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 3~5월 0.03%의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4주간 0.03%→0.04%→0.06%→0.08%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으로 서초구(0.39%)는 전셋값이 급등했다. 최근 3주간 0.16%→0.26%→0.39%로 상승 폭을 확대했다. 또 강남·송파·강동구도 덩달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강남구(0.05%)는 저가 매물이 소진되며 대치·도곡동 위주로, 송파구(0.15%)는 신천·잠실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동구(0.10%)는 학군 및 교통여건 양호한 고덕·상일동 위주로 상승했다. 또 동작구(0.13%)는 정비사업 이주 영향 있는 노량진·흑석동 위주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이미 6억1000만원을 돌파했다.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6억1451만원으로, 지난 4년 동안 1억8832만원(44.2%) 올랐다.
전셋값 신고가 경신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실거래가조회에 따르면, 반포자이(전용면적 84.9㎡)는 지난달 20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1월 대비 2억원 가량 상승했다. 또 지난달 14일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9㎡) 전세 매물도 2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전세난이 만성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년 동안 단 한 주도 내리지 않고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102주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올랐다. 2019년 6월 2주 -0.01%에서 3∼4주 보합(0.00%)으로 전환한 것까지 합하면 2년(104주) 동안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은 하반기에 더욱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여기에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장기화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강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 3법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전세난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들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전세난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반포에서 시작된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에 따른 전세 불안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전셋값 상승과 매맷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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