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전 책임 소홀 인정, 인·허가 위법여부 규명 주력
감리 지정 절차에 공무원 결탁했는지 여부도 수사키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감리자가 감리 일지를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감리 지정 절차와 건물 해체(철거) 계획서 인·허가 전반의 위법사항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한 건물 철거 감리자 A씨가 "감리 일지를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을 사상케 한 혐의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감리자는 안전 점검표 기록, 건물 해체 과정 촬영을 해야 한다. 또 추락·낙하 위험이 있는 작업과 건설 장비를 활용하는 위험 작업 등의 작업 현장에 수시로 입회해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A씨는 비상주 감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철거현장에 가지 않았고, 일지 또한 쓰지 않았다.
A씨는 층별 철거 계획과 철거 장비 하중 계산이 빠진 계획에 대한 최종 감리 확인서에 '타당하다고 사료됨'이라고 8글자만 적었다.
철거 허가와 함께 감리가 지정된 이후엔 감리가 현장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데도 책임을 소홀히 한 셈이다.
경찰은 다만 A씨가 자신의 건축사무소 압수수색 전날 감리 관련 자료를 은폐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건물 철거 계획서와 감리자를 본 적 없고 시행·시공사가 지시한 대로 작업했다는 재하청 신생업체 백솔 대표인 굴삭기사의 진술을 토대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날림 공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리 의무 소홀을 규명키로 했다.
경찰은 철거 계획서 작성, 검토, 최종 확인이 3단계로 이뤄진 만큼 감리 지정 절차에 공무원이 결탁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철거 계획서에 감리 자격증이 들어간 시점과 서류 검토의 적절성, 철거 허가 과정이 적정했는지, 해체 과정 민원에 대한 행정기관의 적절한 대응 여부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 분석을 통해 두루 조사 중이다.
조례상 감리 선정 방식이 무작위 추출로 한정돼 있으나 광주 동구청이 순번제 형식으로 감리 업체를 선정한 점에 대해서도 불공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입건자는 14명이다.
한편 광주에서는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54번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