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미얀마가 민주주의로 복귀하지 않더라도 각종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문민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미얀마 군부의 최대 후원자로 꼽힌다.
요아힘 폰 암스버그 AIIB 부총재는 2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얀마와 관련해 검토 중인 새로운 사업은 없다"면서도 "사실상의 정부(de facto governments)를 상대할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암스버그 부총재는 "우리는 정부의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점검표(checklist)를 살펴본다"고 했다.
AIIB 점검표에는 ▲사실상의 정부가 영토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국가의 기타 금융의무에 대한 인식 ▲주변국의 입장 ▲잠재적인 금융 위험 등이 포함된다.
그는 "이는 가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프로젝트 제안에 따라 특정 시점에 기반해 (답변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암스버그 부총재는 AIIB를 신생 금융기구로 언급 하면서도 다자 금융기관들은 일반적으로 수십년간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일해온 경험이 있고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AIIB가 자금 조달과 개발상 시급한 필요성을 가진 회원의 요청을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라고도 했다.
AIIB 입장은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문민정부를 전복하고 시위대를 탄압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은 것이라고 FT는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쿠데타 이후 일시적으로 지출과 신규 계약을 중단했다고도 부연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국민통합정부는 군사정부의 부채를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AIIB는 아시아 지역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지역개발은행(RDB)이다. AIIB가 출범하기 전까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WB와 ADB가 아시아 지역 사회간접자본 건설 자금 지원을 도맡아왔다.
FT는 지난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도로 AIIB가 출범했을 때 중국 국책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구성 요소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은행과 국제 경제 거버런스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했다.
다만 회원국이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등 103개국으로 출범 당시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AIIB가 119개 프로젝트에 걸쳐 240억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고도 했다.
미얀마는 지난 2016년 민간 가스발전소 건립 자금으로 20만달러를 지원 받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쿠데타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미얀마 인구 5400만명 중 절반 가량인 2400만명이 내년 빈곤선인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올해 대비 2배 증가한 규모다.
한편, FT는 중국이 서방의 미얀마 쿠데타 지도부 제재와 국영 기업 합작 중단 등으로 인한 공백을 메울 것이라면서 이는 고립과 제재가 정답인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미얀마-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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