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 바이든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공개됐다?

기사등록 2021/05/28 17:23:59

최종수정 2021/05/28 22:32:23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양국 '윈-윈' 측면에도

미 언론, '한반도 비핵화' 사용 등 문 대통령에 낮은 점수

'잘 조율된 실용적' 미 대북정책, 상세 내용 미공개 속

조성렬, '0~3단계' 북미 협상 진전 과정 시뮬레이션 주목

'한미 군사적 위협 해소가 북미 핵협상 관건' 핵심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에 경도된 한국 분위기를 되돌리고, 한국은 미 정부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남북 판문점선언을 포용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북미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창 넘어 북한>에서는 북한을 향한 한미 군사적 위협 해소를 관건으로 삼은 진전 과정을 전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오늘은 지난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각계의 평가를 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정말 많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만큼 주목해야 할 내용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창 넘어 북한에서 정상회담 전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해 최소한으로 줄이고 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내용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2. scchoo@newsis.com
[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2. [email protected]

우선 미국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70년 동맹국이라는 한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쪽에 기울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새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기 어렵지만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중요한 패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족쇄가 됐던 사거리 제한을 완전히 푼 점은 미국으로선 오랑캐의 손을 빌려 오랑캐를 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성과를 거둔 셈이고 한국으로선 오랜 숙원을 해결한 win-win 사례입니다.

동맹국인 한국의 손을 빌려 중국을 친 것이니 이이제이라는 표현은 무리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에 경도된 한국을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입니다. 표현력이 부족한 점 양해를 구합니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44조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내고 한국과 첨단기술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개되고 있는 기술 경쟁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경제의 분위기도 반전시켰습니다.

이 점 역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푼 것과 마찬가지로 한미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중국은 최근 한미 양국에 위협적인 기술 경쟁자가 됐습니다. 한미 양국이 기술협력을 강화한 건 중국의 기술력이 한미 양국을 뛰어넘는 것을 견제하는 의미가 커 보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바이든 미국 정부가 북한과 잘 지내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취임 이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최대의 업적으로 삼고자 무한대의 노력과 인내심을 보여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선거 캠프 참모들, 당선 이후엔 백악관의 주요 실무 참모들과 긴밀하게 접촉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또 회담이 확정된 뒤 준비과정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보다 포용적인 입장을 갖도록 설득하기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2018.06.13.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2018.06.13.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그렇게 해서 얻어낸 대표적 성과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트럼프-김정은 공동성명과 2018년 4월27일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가 인정하도록 한 점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하면서 사용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싱가포르 정상선언에서 사용한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했습니다.

이렇듯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앞으로 대북정책의 토대로 삼기로 한 건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둔 대표적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뒤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훨씬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만(▲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전문 링크) 이미 수많은 보도가 있었으므로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미국 입장과 한국 입장을 대비해 말씀을 드린 건 지금부터 드릴 말씀을 위해 자락을 깐 겁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계속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를 두고 수많은 관측과 제언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꽤나 미적거렸습니다.

대북 정책을 확정했다고 처음 밝힌 것이 지난달 30일이었죠. '잘 조율된 실용적인 내용'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이 말만으로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이 정책의 내용을 북한에 전달했고 북한은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잘 접수했다'는 북한의 반응은 새 대북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크게 만들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뒤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선언이 나오고 불과 한 달도 안 돼 '잘 접수했다'는 차분하고 중립적인 반응을 보인 건 얼핏 우리가 아는 북한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이 때문에 이미 북미 사이에 모종의 교섭이 시작된 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이런 관측을 확인하는 발표나 보도는 없습니다만 최소한 보도 정도는 조만간 나올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 최근에 펴낸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이라는 책에 실린 내용입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지난해 연말과 연초까지 미국의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한 끝에 한반도 비핵화와 상응조치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7장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자가 내놓은 또 하나의 제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한미 정부 사이의 북한 핵문제 교섭 과정에 밝은 어떤 분이 '조성렬 박사가 서문에서 미국 관계자들과 협의해 만들었다고 밝힌 대목이 바로 우리 정부 정책 담당자와 바이든 대통령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전해주더군요.

전언이 사실인지는 차차 밝혀질 테니 좀 더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용이 흥미로워 전해드리려 합니다.

매우 전문적이고 방대한 내용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전할 순 없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인쇄본만 있고 e북도 없어서 링크를 걸 수도 없네요.)

저자는 로드맵을 0단계부터 3단계까지 네 단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0단계는 북한과 한미 사이의 불신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합의한 대로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한미는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쌍중단'에 합의하고 한미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는 일방적 조치(대북 핵선제 불사용을 구체화하는 내용과 인도적 식량지원)를 취하는 내용입니다.
 
그밖에 종전선언과 남북연락사무소 재개설, 북미 간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가 사전 준비단계에 포함돼 있습니다.

뒤이어 1단계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한다는 최종 목표에 동의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2단계는 핵물질 시설의 해체와 핵탄두의 시범적 해체, 3단계는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으로 돼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요약한 표를 올립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 두어 차례 북미 핵협상과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이 로드맵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나온 모든 자료 가운데 가장 상세하게 북미 협상의 진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것 같습니다.
 
핵심은 북한에 대한 한미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 북미 핵협상의 관건이라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이 로드맵을 주목하라고 전해준 분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바로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미국 주류 언론의 평가는 아주 박합니다.

고든 창이라는 사람은 정상회담 직후 내놓은 "나쁜 달이 지고 있다(Bad Moon Falling)"는 제목의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에 진보 정권이 재집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니컬러스 에버스타트라는 사람이 쓴 글은 "바이든과 문이 북한을 잘못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이들 관측통이 내놓은 평가가 옳은 건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성급하게 결론 내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에 언급한 로드맵만으로 북한이 큰 관심을 보일 것 같지는 않지만 앞으로 한두 달 뒤, 늦어도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보류되는지를 보고 난 뒤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침 문대통령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한미가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을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네요.

잘만 하면 연내에 북미 핵협상이 재개되고 남북정상회담도 다시 한번 열릴 수도 있겠다는 낙관론도 슬며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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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바이든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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