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나발니 독살 시도 정황 폭로…"속옷에 독 묻혀"(종합)

기사등록 2020/12/21 23:56:39

"사타구니 부위…중도 착륙 안 했으면 결과 달랐을 것"

러시아 정보기관 배후 지목…사건 후 흔적 지우려 파견

[베를린=AP/뉴시스]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9월22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자신 사진. 2020.12.21.
[베를린=AP/뉴시스]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9월22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자신 사진. 2020.12.21.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지난 8월 벌어진 러시아 반(反)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의 정황이 폭로됐다. 속옷에 묻힌 독에 중독됐다는 주장이다.

CNN은 21일(현지시간) 탐사보도 웹사이트 벨링캣과의 공동 취재 결과를 토대로 이런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인사들의 통화를 추적했는데, 나발니 본인이 러시아 안전보장회의(NSC) 고위 인사를 연기하며 통화에 참여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는 통화에서 자신 독살 시도를 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FSB 독살팀 소속 콘스탄틴 쿠드럅체바라는 요원에게 어떤 물건에 독을 묻혔는지를 물었다. 이에 쿠드럅체바는 "속옷(Underpants)"이라고 답하고, 정확한 부위로는 "(속옷) 내부, 사타구니"라고 부연했다.

나발니는 앞서 지난 8월 모스크바 행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레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다. 이에 옴스크에 중간 착륙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후 그는 독일로 이송됐고, 독일 정부가 그를 상대로 신경작용제 '노비촉' 공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CNN은 독극물 학자 자문을 토대로 "노비촉을 알갱이 형태로 옷에 바르면 희생자가 땀을 흘리기 시작할 때 피부에 흡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경우에도 노비촉이 고체 형태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드럅체바는 나발니 생존을 두고는 "그 항공편은 (비행시간이) 약 3시간이었다. 이는 긴 시간 비행"이라며 "만약 (중도) 착륙하지 않았다면 효과는 달랐을 것이고, 결과도 달랐을 것이다. (생존에) 비행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모든 게 잘못됐다고 확신한다"라고 했다. CNN은 이 발언이 FSB가 나발니를 죽이려 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독 사용량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량보다) 약간 추가했다"라고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화에 응한 쿠드럅체바는 러시아 화학방위 아카데미 모스크바 지부를 졸업한 인물이다. 졸업 이후로는 러시아 국방부 생물 보안 연구 센터인 '42번 센터'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는 독살 시도 닷새 뒤인 지난 8월25일 옴스크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흔적을 지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쿠드럅체바는 옴스크 방문 당시 경찰 등과 만났으며, 독을 적용한 옷가지에 해독제를 발랐다고 통화에서 설명했다.

이에 통화에 참여했던 나발니가 "그러면 옷 때문에 놀랄 일은 없겠나"라고 물었고, 쿠드럅체바는 "그게 우리가 몇 번이나 그곳에 간 이유"라고 답했다. 아울러 "나는 속옷 내부를 확실히 하라는 말을 들었다"라고도 했다. 해당 지시를 한 사람으로는 마크샤코프라는 인물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CNN은 FSB 국장을 비롯해 독살팀 소속 요원 일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엔 팀의 상위 인물로 스타니사프 마크샤코프라는 이름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

CNN은 마크샤코프가 FSB에서 독살팀을 담당하는 과학자라고 전했다. 이전엔 소련 시절부터 운영된 화학 무기 연구 기관 시크해니 연구소에서 일했다고 한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FSB 독살팀은 지난 2017년부터 30차례 이상 나발니를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나발니가 자신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옷을 수시로 갈아입는 등 치밀하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쿠드럅체바는 "(요원 중) 누구도 촬영되지 않았고, 목격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발니는 실제 사건 이후 쿠드럅체바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의 사진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나발니는 이번 폭로와 함께 이뤄진 CNN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 "푸틴이 직접 이 일의 배후였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反푸틴' 나발니 독살 시도 정황 폭로…"속옷에 독 묻혀"(종합)

기사등록 2020/12/21 23:56:39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