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살아난 전속고발제…'담합 수사' 공정위만 계속한다

기사등록 2020/12/09 17:57:41

공정 3법, 국회 통과…'전속고발제 폐지' 무산

'공정위·검찰 간 사건 분배 기준 모호' 등 문제

'이중 수사·고발권 남용' 등 우려도…반발 수용

전속고발제 '폐지→유지' 선회 이유 해석 분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 경제 3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폐지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전속고발제(공정 거래 관련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한 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대 담합을 저지른 기업 수사는 계속 공정위의 몫으로 남게 됐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재석 257표 중 찬성 142표를 받았다. 표결에 앞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토론을 신청해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지만, 여당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반대는 71표, 기권은 44표였다.

공정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쟁점이 됐던 사안 중 전속고발제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당초 정부안은 ▲가격 담합 ▲입찰 담합 ▲공급 제한 ▲시장 분할 등 4대 불공정 행위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없애 공정위와 관계없이 검찰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행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공정위·검찰의 이중 수사가 우려된다"는 재계 반발을 수용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담합 수사는 리니언시제(담합 가담 기업이 자진 신고하면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제도)를 통해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합 사건은 은밀히 행해지므로 내부 고발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리니언시제를 통해 담합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게 되는 대신 공정위는 자진 신고 기업에 검찰 고발 면제권을 부여해왔다. '담합→자진 신고→공정위 조사·심의→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로 끝나고, 형사 제재로는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속고발제가 사라지면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 수사·공소 제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진 신고 기업 입장에서는 리니언시제의 큰 유인책 중 하나였던 형사 제재 면제 가능성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위와 검찰(법무부)은 협의를 거쳐 지난 2018년 8월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문'을 내놓고, "일반적인 자진 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한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시급성 등을 고려해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국민적 관심·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자진 신고 사건 등은 우선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합의문에서 정하는 공정위-검찰 간 사건 분배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가담한 담합이 공정위·검찰 중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 모르는 채 자진 신고해야 하는 셈이다. 압수 수색을 받기만 해도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 불확실성이 리니언시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0.12.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0.12.09. [email protected]

문제는 또 있다. '자진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사건'을 공정위와 검찰이 어떻게 나누느냐다. 해당 합의문에는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어 내부 고발자가 없는 4대 불공정 행위 사건의 경우 공정위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재계는 "공정위와 검찰을 모두 상대하다가는 기업 다 죽는다"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검찰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걱정하는 중복 수사·조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검찰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이 밖에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4대 불공정 행위의 경우 경쟁사·소액 주주·시민 단체 등도 기업을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이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검찰력이 남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 있었다. 2018년 11월 전속고발제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제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올해 5월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공정 경제 3법 상임위원회 의결 관련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2020.12.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공정 경제 3법 상임위원회 의결 관련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2020.12.08. [email protected]

지난 8월 전속고발제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원안이 제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지만, 여당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결과적으로는 없던 일이 됐다. 여당이 전속고발제 관련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공정 경제 3법 무사 통과를 위한 카드 교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는 검찰에 권한을 더 주지 않기 위한 조처" 등 해석이 분분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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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2/09 17:57:4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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