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사방, 범죄집단 맞다"…조주빈 중형에 '결정타'

기사등록 2020/11/26 12:43:23

법원, 성착취물·범단 모두 유죄 판단

'닉네임'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

성착취물·고액방이라는 공동의 목적

장기간 유포행위한 시간적인 계속성

조주빈 지시에 따라 역할수행한 조직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것은 법원이 성범죄 관련 혐의를 유죄 판단한 것에서 나아가 '박사방'이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집단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주빈의 1심 판결 쟁점은 성범죄 관련 혐의가 유죄 판단 나오는 것과 더불어 '박사방'이 실제 공동의 목적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조주빈을 중심으로 한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양형기준을 발표해 이같은 적용 기준이 조주빈 형량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소급 적용 대상은 아니고, 최대 징역 29년3개월이었다. 그 때문에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 정도의 중형을 위해서는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유죄로 나올지 여부가 핵심이었다.

재판에서 조주빈 일당은 범죄집단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역할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주빈이 주도적으로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며 자신들은 조주빈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주빈도 '박사방'은 범죄집단이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은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통솔체계 등이다. 이 중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진 박사방 범죄에서 '공동의 목적'과 '통솔체계'가 인정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서울=뉴시스] '텔레그램 박사방 구조' 그래픽 (제공=서울중앙지검)
[서울=뉴시스] '텔레그램 박사방 구조' 그래픽 (제공=서울중앙지검)
이날 재판부는 조주빈의 성범죄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하며, 나아가 '박사방'이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상태에서 조주빈을 중심으로 한 통솔 체계 하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범죄집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이라며 "텔레그램 내 순차적으로 개설된 박사방의 유료구성원으로 조직된 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주빈과 공범은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가담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은 각자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고, 그중 대부분은 '시민의회', '노아의 방주' 방에도 참여했다"며 "위 방들은 모두 조주빈이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조주빈을 추종하며 지시에 따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했다"고 강조했다.

공범들은 재판 과정에서 '조주빈이 수령한 가상화폐 대부분을 혼자 취득했다', '조주빈에게 속았다', '조주빈 혼자서도 범행을 할 수 있었다' 등의 주장을 하며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사정 등은 '범죄집단'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가상화폐의 제공·취득은 일련의 성착취 범행이 이어지고 반복된 가장 직접적이고 주요한 동기"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조주빈이 구성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구성원들은 조주빈이 암시한 성착취물이나 고액방이 실존할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하며 범행에 협력했다"며 "이는 결국 일련의 범행이 반복되고 고도화되는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주빈은 다수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장기간 다수에게 유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 중 박사방 조직이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게 맞고, 성착취물 제공이나 고액방에 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목적 역시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박사방 조직은 장기간 다수에게 성착취물을 유포해 ▲시간적인 계속성을 가진다고 봤다.

나머지 ▲통솔체계의 경우 형법상 '범죄단체'의 경우면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범죄집단'의 경우면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면 유죄로 인정된다.

이번 판단에서 재판부는 사이버상에서 이뤄진 박사방이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췄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조주빈 지시에 따르며 범행을 용이하게 했기 때문에 '범죄집단'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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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1/26 12:43:2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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