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킹크랩 반복 왜 했겠나"…재판부는 시연 확신했다

기사등록 2020/11/10 01:01:00

킹크랩, 2016년 11월9일 맞춰 개발 더뎌져

김경수 측 "시연회 아닌 테스트였기 때문"

2심 "개발 않고 동작 반복…시연 위한 행위"

"시연 여부는 개발자 진술 매우 중요 의미"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06.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진 데는, 김 지사 방문에 맞춰 오히려 '킹크랩' 개발이 더뎌진 것이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지난 6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해 시연이 있었고, 나아가 김 지사가 이같은 댓글조작 범행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판결 내용 등을 종합하면 항소심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 중에서도 특히 개발 중이던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이 김 지사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방문에 맞춰 개발 속도가 더뎌진 점을 제시했다.

'드루킹' 김동원씨는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 처음 방문한 2016년 9월28일 이후인 다음달 중에 개발자 '둘리' 우모씨에게 킹크랩 관련 개발을 지시했다.

우씨는 2016년 10월16일 '트렐로' 강모씨와의 1차 개발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킹크랩 개발에 착수했다. 우씨는 같은달 말 이 사건 시연에 사용된 네이버 ID 3개로 서버 개발 전 미리 변수 설정을 통해 작성한 문서 '더미데이터'를 완성했다.

이후 우씨는 11월6일 오후 11시23분7초부터 22초 동안 처음으로 킹크랩 6단계 동작을 전부 구현해보고, 11월7일 새벽 무렵에는 네이버 ID 3개로 킹크랩 가동 6단계 동작 실행을 안정화시킨다.

안정화에 성공한 후 우씨는 짧게는 12초, 길게는 6분52초 정도 네이버 ID 1개 또는 3개로 이미 구현된 6단계 동작을 테스트했다가 김 지사가 방문한 당일 오후 8시7분15초~8시23분53초, 총 16분38초 동안 6단계 동작을 다시 구현한다.

김 지사 측은 ▲이미 김 지사 방문 전부터 복수 ID로 댓글조작 시스템 사용이 전제된 점 ▲프로토타입 완성 후 효율성을 위해 오히려 ID 1개로 테스트 진행한 점 등을 근거로 시연이 아닌 테스트 과정에서의 로그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지난 2018년 7월6일 오전 드루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둘리' 우모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8.07.0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지난 2018년 7월6일 오전 드루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둘리' 우모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8.07.06. [email protected]
우선 항소심도 "프로토타입은 미리 검증 과정을 거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므로, 프로토타입 개발이 반드시 시연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킹크랩 프로토타입과 시연회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1개 ID가 실행하고자 하는 전체 동작을 대략 구현한 후, 다수의 ID가 충돌 없이 동작을 구현하는 '교통정리'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3개 ID 전체가 각각 동작을 구현하고, 1개 ID만을 이용해 3개 ID 구동 당시 발생한 문제점을 수정해 나가는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씨는 '1030 더미데이터'를 작성한 후 곧바로 개발 업무를 하지 않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만 몰두했다"면서 "이는 우씨가 이 사건과 같이 '시연을 위한다'는 등의 목적을 가진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우씨가 애초 계획과 달리 킹크랩 개발 과정을 이어가지 않고 오히려 이미 안정화시킨 동작을 반복해 구현한 것은 통상적으로 볼 때 더 개발을 하려 한 것이 아닌 이 사건 시연회에 맞추려 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항소심은 우씨 진술에 주목했다. 우씨는 항소심 법정에서 "시연이 아니었다면 ID 1개로 테스트가 끝나기도 전에 3개로 하는 것을 급히 만들고, 만든 것을 두고 다시 ID 1개로 테스트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

항소심은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특정 로그가 시연인지, 개발 과정의 한 단계이지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 경우 시연 여부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우씨 진술은 신빙성 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둘리 "킹크랩 반복 왜 했겠나"…재판부는 시연 확신했다

기사등록 2020/11/10 01:01: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