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심병원, 적자나도 '화상치료' 고집하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0/10/15 12:00:00

수익내기 어려워 몇 년간 적자 면치못해

화상치료 위한 전문 협진 시스템 구축

화상연구소 운영하며 연구·개발에 투자

[서울=뉴시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의료진들이 화상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한강성심병원 제공). 2020.10.14.
[서울=뉴시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의료진들이 화상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한강성심병원 제공). 2020.10.14.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1971년 설립된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한강성심병원)은 1986년 국내 첫 화상 치료기관인 화상치료센터를 개소한 이래 수많은 화상 환자들을 진료하며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현재 화상치료를 위한 의료진만 70여 명이고 2006년에는 대학병원 중 최초로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한강성심병원은 다른 화상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이송된 환자도 상당수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계나 화상환자들 사이에서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치료의 마지노선', '화상치료의 메카'로 불린다.

2019년 1년 간 한강성심병원의 화상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를 거쳐 간 환자만 4만여 명에 달한다. 설립 이래 급성기 화상 수술을 10만 여 건 시행했고, 화상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는 환자수는 매년 300여 명이다.

◇수익내기 어려워 몇 년간 적자…'주춧돌' 정신으로 유지

화상은 병원의 수익적 측면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대학병원 일반 환자들의 평균 재원일수는 5일 정도인 데 반해 화상환자들은 그보다 약 4배가 많은 21일 정도로 장기 입원하는 비율이 높다.

화상치료 관련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는 것도 영향이 있다. 실제로 화상연구와 치료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꺼리는 분야다.

실제 한강성심병원은 최근 몇 년간 의료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의료원 산하 강남·춘천·평촌·동탄성심병원은 의료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맏형 격인 한강성심병원은 최근 몇 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강성심병원이 의료손실을 보면서도 화상치료센터를 유지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재단) 설립자인 고(故) 윤덕선 박사의 의지가 컸다.

한강성심병원을 설립한 윤덕선 박사는 개원 당시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무료 순회 진료를 다녔다. 1975년에는 국내 첫 민간 자선병원인 성심자선병원을 설립해 1982년까지 영세민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윤덕선 박사는 평소 '주춧돌이 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주춧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을 튼튼하게 받들어준다.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곳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관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화상치료는 1980년대 당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외면 받고 있던 분야였지만 사회적으로는 화염병 시위와 열악한 근로환경, 대형사고 등으로 중증화상환자가 넘쳐났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때 분신을 시도한 학생과 근로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화상 환자를 완벽하게 돌볼 수 있는 기관은 많지 않았다.

당시 한강성심병원에도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3명 뿐 이었는데 그럼에도 화상 환자는 계속 늘어났고, 이에 병원은 1986년 화상치료센터를 설립했다.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은 "생명을 방치할 수 없었다. 생지옥 같은 화상치료를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며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라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서울=뉴시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의료진들이 화상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한강성심병원 제공). 2020.10.14.
[서울=뉴시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의료진들이 화상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한강성심병원 제공). 2020.10.14.
이후 1994년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1997년 괌 여객기 추락사고, 1999년 인천 씨랜드 화재 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2017년 자주포 사고 부상 장병 치료 등 크고 작은 사고의 환자들을 치료해오면서 화상 전문병원으로 거듭났다.

◇화상치료 위한 전문 협진 시스템 구축

한강성심병원이 많은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것은 화상치료만을 위한 전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10여 곳이 넘는 화상전문병원이 있지만 통합적인 진료가 가능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외과나 성형외과 의사가 화상치료를 하는 곳은 있지만 화상을 위해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가 포진한 곳은 한강성심병원이 유일하다.

한강성심병원에는 현재 화상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화상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의료진이 있다.

◇화상연구소 운영…연구·개발에 지속적 투자

한강성심병원은 직접적으로 화상을 치료하는 임상 분야 뿐 만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상연구소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화상치료의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상 당한 범위가 넓어 이식할 본인의 피부가 모자랄 정도가 되면 생명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상연구소는 2008년부터 무세포 동종진피 생산과 인공진피 대체물, 바이오인공피부 국산화, 세균저항성 상피세포 치료제 개발, 골수 줄기세포와 성장인자를 이용한 복합기능성 화상치료제 연구 및 개발 등을 진행해왔다.

또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치료 후 피부가 오그라들어 관절을 펴지 못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에게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작업치료 등 전문적 재활치료를 시행 중이다.

화상치료 기술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2016년 10월부터 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세안(ASEAN) 회원국의 국가 화상 재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화상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아세안 화상의료진 역량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아세안 회원국의 열악한 의료기관에 선진 화상 치료기술을 전파하고 해외 환자 치료비 지원을 위한 것으로 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 정부와 기업, NGO 등이 함께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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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성심병원, 적자나도 '화상치료' 고집하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0/10/15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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