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만 제출' 전자검역에 뚫린 부산항…"선박 입국자도 격리해야"

기사등록 2020/06/24 05:00:00

승선검역 3개국만 실시…나머진 '서류' 제출로 끝

방역당국도 "늦은 감 있다"면서도 인력난 호소해

일본 크루즈 관련 이미 선내 감염 위험 경험 있어

중국, 유럽, 미국 등 이미 감염 퍼진 후 방역 강화

"검역시스템은 국가주도, 필요하면 강화 가능해"

일각선 "내국인과 접촉 안할 동선 등 체계 필요"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선원 21명 중 1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933t)가 23일 오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가운데 한 선원이 갑판 위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2020.06.23.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선원 21명 중 1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933t)가 23일 오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가운데 한 선원이 갑판 위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2020.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부산항 감천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에서 최소 17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우리 방역당국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누적 확진자 규모가 전세계 3위로 치솟았는데도 방역당국은 그동안 러시아 선박에 대한 검역 수준을 '승선검역'으로 높이지 않고 '전자검역'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승선검역 대상 국가를 기존 3개국에서 단계적으로 늘리는 한편, 항공기를 통한 입국자처럼 선박을 통한 입국자도 격리 등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까지 러시아 국적 선박 '아이스 스트림'호 관련 확진자는 17명이다.

이 선박은 지난 2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서류를 제출하는 '전자 검역'에서는 문제가 없던 것으로 나타나 입항 후 하역 작업이 실시됐다.

그러나 이 배에는 고열환자 등 유증상자가 3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에서 하역 작업을 했던 선장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나 배에 탑승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선사 측은 입항 후 하루가 지난 22일에야 이 같은 사실을 우리나라에 알렸다. 이미 하역 작업 등을 통해 국내·외 접촉자 176명이 발생한 뒤다.

이미 '아이스 스트림'호 옆에 접안했던 러시아 국적의 또 다른 선박에서도 확진자가 1명 더 발생한 상태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생활을 하게 돼 코로나19 위험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또 항해 시간이 길어 승선 때는 무증상이었어도 하선 때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2월 일본의 크루즈에 탑승했던 탑승객 중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우리 교민 등 7명이 전용기로 귀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해외유입에 대한 검역 조치 강화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초기 코로나19 발병지로 꼽혔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대해 우리나라는 1월23일 중국이 스스로 도시를 봉쇄하고 난 뒤인 2월4일부터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3월부터는 유럽과 미주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는데, 우리나라는 3월22일에 유럽발 입국자 전원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미국발 입국자 전수검사는 4월13일부터 적용됐다. 모든 해외 입국자의 진단검사를 실시한 건 5월11일부터다.

3월22일은 이미 전 세계 158개국에서 28만717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만2643명이 사망했을 때다. 이탈리아에서 하루에 5만3578명, 미국에서 2만414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누적 사망자는 각각 4825명, 285명에 달했다.

현재 모든 외국발 입국자는 14일간 격리가 의무지만 코로나19 검역대응 지침(제8-1판)에 따르면 선원은 격리 면제 대상자다. 유증상일 경우에만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요코하마=AP/뉴시스]지난 2월20일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정박한 대형 유람선(크루즈) 다이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한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전화를 하고 있다. 2020.02.20.
[요코하마=AP/뉴시스]지난 2월20일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정박한 대형 유람선(크루즈) 다이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한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전화를 하고 있다. 2020.02.20.
선박이 입항했을 때 승선을 해서 검역을 실시하게 되는 대상 국가는 중국와 이란, 이탈리아 등 3개국이다. 나머지 국가에서 배가 입항할 경우 서류를 제출하는 전자 검역이 진행된다. 러시아 역시 전자 검역 대상 국가다. 23일 현재 러시아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7600명이 발생했고 누적 59만2280명의 확진자를 기록됐다. 사망자는 총 8206명에 달한다. 누적 확진자 규모는 미국(230만6247명)과 브라질(110만6470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이번 러시아 선박처럼 해외유입 확진자가 단기간에 대거 발생하면 국내 의료자원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산발적 감염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중이다. 외국인의 치료를 위한 의료진 인력과 치료비 등도 소비된다.

국내에서 해외유입 확진자는 1471명인데 절반이 넘는 55.4%(815명)가 검역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지역사회로 이동했다가 감염이 확인된 사례다. 해외유입 확진자를 추정 유입국가별로 보면 미주 583명, 유럽 504명, 중국 외 아시아 347명, 중국 19명, 아프리카 17명, 호주 1명 등이다.

일단 방역당국은 러시아와 같이 코로나19 발생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국가에 대한 검역관리 강화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비판에는 동의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3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전자검역이 아닌 승선검역을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이란, 이탈리아 3개국인데 저희가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이런 상황이 야기된 주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권 부본부장은 "전자검역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일선 검역소에 인력 부족 (때문)"이라며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면서 방역 인력까지도 인프라에 포함돼 확충된다면 신종 감염병 방역과 검역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부터 해외유입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한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검역시스템은 국가주도이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감염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는 것처럼 국가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편 입국자와 같이 선박을 통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격리 지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원석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선박으로 들어오는 사람 중에 국내에 내려서 시설이나 무언가를 이용하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사람과 동일하게 적용을 해야 한다"며 "내국인과 섞이지 않을 개별적인 시설이나 동선을 갖추는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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