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대책 없는 수요억제 정책…단기 효과만"
"재건축 규제 강화…신축 주택 가격상승 예상"
"전세시장불안 부추겨…실수요자들에게 피해"
"경기 김포, 파주 등에서 풍선효과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21번째 부동산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전 정책과 차별성이 없어 중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7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과열지역의 투기수요 차단과 대출·재건축·법인투자 규제를 골자로 한다. 개괄적으로 ▲수도권 전역으로 조정대상지역확대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잠실 MICE와 영동대로 개발 사업부지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입·처분 요건 강화 ▲전세자금대출보증 이용 제한 강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법인 소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포함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계속 반복돼 온 '공급대책 없는 수요억제 정책'이며 집값 조정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투기수요 방지에 중점을 둔 규제일변도 종합대책"이라며 "과거 대책과 비교할 때 그 내용과 수준, 정책수단 측면에서 특별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판박이 정책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대책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공급 대책은 없고 수요만 억제하는 대책이다.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격이 오를 것이다. 중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이번 정책도 지금까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시장상황에 대응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라며 "한발짝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춘 정책으로는 시장의 기대심리나 변화를 이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하반기 3차 추가경정예산 등 대규모 자금이 풀리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계속적인 자금 유입도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국의 저금리현상이 2022년까지 상당히 장기간 이어지고, 하반기 30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이 만만치 않게 풀릴 전망이다"라며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원천봉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값의 조정까지 기대하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 강화 등 공급억제 시그널을 보낸만큼 신축 주택의 가격상승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도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공급 억제책을 내놨다"며 "더욱이 재건축을 강화했는데, 이는 곧 시장에 재건축을 통한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신축 주택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도 "재건축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고, 재건축부담금 제도를 개선 하는 등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은 공급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더욱 조성한다"며 "새 아파트에 대한 가치를 더 높이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갭투자 차단을 위한 전입의무 강화 등의 정책이 전세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이 원천 차단된다는 것이다.
양지영 소장은 "현재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으로 거주할 곳을 매입하는 준실수요자들이 많다"며 "전입의무를 부과하는 게 투자수요를 차단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입 의무로 인해 전세 물량이 감소해 전세시장 불안을 더 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교수는 "이번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있더라도 규제를 한다"며 "전세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중장기적으로 매매가격도 따라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확대로 수도권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대출규제가 강화됐다"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거주지역에서 생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이 줄어들었다.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풍선효과에 대한 입장은 갈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기 김포, 파주, 광주 등을 규제지역에서 제외해 이곳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심교언 교수는 "김포 등에서 풍선효과는 제한적이다"라며 "경제가 좋을 때는 확실하게 나타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거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긴 힘들겠다"고 진단했다.
이광수 연구위원도 "풍선효과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 자체가 작다"며 "이 시장이 몸통을 흔들긴 힘들다.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요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며 "경기 김포, 파주, 광주 등 비규제지역과 조정대상지역 일부에서는 여전히 풍선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에 대한 정책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랩장은 "자칫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는 등, 자가 이전의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투자처 발굴과 어렵더라도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종완 원장 역시 "젊은층을 위한 구체적인 '내 집 마련 로드맵' 등 새로운 당근책이 필요하다"며 "재건축 단지 안에 공공임대와 소형 분양아파트를 짓는 등 도심권 및 직주근접 지역에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원장은 "공급대책이 결여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단기 진정-재반등'의 패턴을 반복한다는 걸 스무번이 넘는 과거 대책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며 "일시적 진정효과만 있을 뿐 결국 실패로 끝이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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