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민을위하여'와 비례연합 출범…원외 4개당도 합류(종합2보)

[서울=뉴시스] 김형섭 한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비례대표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진보진영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합'(정개련) 대신 친문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범진보 진영의 4·15 총선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과 시민을위하여를 축으로 개문발차했으며 남은 정치 세력 및 정당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비례연합 플랫폼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개련에 이어 시민을위하여로부터 잇따라 비례연합정당 플랫폼 참여 제안을 받은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에서 74.1%의 압도적 찬성으로 지난 13일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18일까지 범진보진영의 정치 세력 및 정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하고 물밑에서 연합정당 플랫폼들과 접촉해 왔다.

당초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 등 연합정당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먼저 거친 뒤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27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민을위하여와 먼저 함께 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동안 시민을위하여와 정개련 등 두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통합을 요청하고 설득해 왔다"며 "그러나 끝내 통합이 불발되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합정당 추진 일정이 촉박해 부득이하게 참여정당과 함께 시민을위하여 플랫폼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촉박한 비례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했을 때 시민을위하여가 창당등록과 정당교부증을 받은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신속하고 질서있는 비례정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협약서에는 ▲민주당이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기 위해 소수정당이 추천하는 후보에게 앞 순번을 배려한다 ▲보수야당의 검경수사권 독립,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퇴행 시도와 부당한 탄핵 추진에 맞서 참여 정당들과 공동 대응한다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민주적 개혁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과 시민을위하여, 4개 원외정당은 비례대표 선정기준 준수와 단일정당 명칭을 통한 후보등록, 합리적 협의를 통한 의석배분 등의 원칙에도 합의했다.

민주당은 참여를 희망했던 정치세력과 정당들을 속속 합류시켜 연합정당을 점차 완성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플랫폼 선택 문제로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녹색당과 미래당, 정개련과의 플랫폼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주까지는 합류의 문호를 열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을위하여와 먼저 손을 잡은 것은 정개련을 '패싱'한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어 범진보 진영 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이날 시민을위하여와의 협약식을 개최한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개련은 아무래도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정당이다 보니까 다른 정당에 비해서 시민사회의 주도성을 좀 강하게 주장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다른 정당과 동렬에 놓일 수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중당이 이날 정개련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 정개련 대신 시민을위하여와 손을 잡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옛 통합진보당 해산 후 관련 인사들이 창당한 민중연합당의 후신인 민중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껄끄러운 분위기다.

윤 사무총장은 민중당과 함께 하는 데 부정적 입장이냐는 질문에 "우리당의 많은 지지자들이 있고 지금의 여야,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진 선거 지형도 대단히 논쟁적인데 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념 문제나 소모적 논쟁이 유발되는 것을 우리는 굳이 원하고 있지 않다"고 민중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개련에선 민중당에 참여를 요청했는데 그것은 민주당과 사전 협의된 사항이 아니었다"며 민중당을 품은 정개련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정개련과 함께 하고 있는 녹색당의 참여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선을 긋는 분위기다. 녹색당은 동성결혼 법제화를 추진하고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성소수자를 배치하는 등 성소수자 문제에 앞장서 왔다.

이와 관련해 윤 사무총장은 "저희는 이념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성소수자 문제가) 선거의 이슈가 되는 것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부분 이외에는 많은 훌륭한 정책을 갖고 있어 함께할 수 있지만 이를테면 (성소수자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있어서는 좀 더 엄밀하게 협의를 해봐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원내정당이 하나도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원로인사들의 정개련이나 진보진영 내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갖춘 미래당, 녹색당 등의 참여가 끝내 불발될 경우 결국 '비례민주당'에 그치고 말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번에 1차로 참여한 4개 원외정당의 경우 2016년에 만들어진 가자평화인권당만 빼고는 모두 총선을 앞두고 올 들어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들로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자기 뜻대로 비교적 손쉽게 컨트롤이 가능한 군소정당만 골라서 연합정당을 함께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소수정당이라고 해서 보수나 극우정당 또는 극좌정당하고 같이 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어느 정도 정책 연대가 가능한 정당의 범위 안에서 연합을 하는 게 우리 지지자들에게도 쉽게 수용가능하고 현재의 선거 지형을 크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희종·최배근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시민을위하여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만든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윤 사무총장은 "시민을위하여가 후보를 내는 게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만 사용할 일회용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 어떤 과일이 담길지는 참여하는 정당들이 내놓는 것"이라며 "실제로 개국본이 정치참여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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