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4월초'…"일시 거리두기 넘어 새로운 일상 준비"

기사등록 2020/03/16 20:00:00

대구·경북 확산 감소 속 수도권 소규모 유행 지속

교회 내 높은 감염률…"높은 수준 거리두기 필요"

아프면 쉬고 생활방역 실천…"새로운 일상 만들자"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리동네키움센터 성동1호점 스위첸아이꿈누리터에서 아이들이 마주보지 않고 떨어져 앉아 간식을 먹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사진=성동구청 제공) 2020.03.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리동네키움센터 성동1호점 스위첸아이꿈누리터에서 아이들이 마주보지 않고 떨어져 앉아 간식을 먹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사진=성동구청 제공) 2020.03.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한 목소리로 늦어도 4월초를 또 한 번의 분수령으로 보고 향후 2~3주간 '모두의 노력', '새로운 일상' 등을 강조했다.

당장 신천지 대구교회 여파가 잦아드는 가운데 구로 콜센터에 이어 성남 은혜의강 교회 등 수도권 감염병 대량 확산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 교회를 중심으로 추가 확산을 막는 데 동참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택근무나 개학연기처럼 일시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다. 아프면 쉬고 비좁은 공간을 확대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손 씻기 등 생활 속 방역 수칙을 당연시하는 일상의 변화까지 담고 있다.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이 우리나라가 중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처럼 봉쇄 정책이 아닌 새로운 생활 기준,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교회서 소규모 유행 지속…"높은 수준 방역 필요"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6일 "밀폐된 장소에서 다수가 밀집하는 행사, 모임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며 "산발적으로 나타고 있는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2~3주간의 모두의 부단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2~3주는 최소 이달 말에서 늦어도 4월 초까지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도 "3월 말, 4월 초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3월 말부터 4월 초 기간을 언급했다.

정부가 이처럼 입을 모아 앞으로 2~3주 더 국민들의 방역 참여를 호소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확진 환자 확산 추세를 볼 때 앞으로 2~3주는 교회를 중심으로 산발하고 있는 수도권 소규모 유행 차단에 나설 시점이다.

중대본과 방대본 모두 '대구·경북 지역 신규 확진 환자 증가 추세는 감소하고 있으나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등에서 소규모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대본은 한 발 나아가 수도권 등에선 이미 '지역 사회 내 전파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관련해선 8일 이후 129명(동일 건물 직원 86명, 접촉자 43명), 9일 첫 확진자가 나온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은혜의 강 교회에선 현재까지 46명(경기 41명, 서울 3명, 인천 2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5011명에 달하는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에 비해 소규모로 보이지만 구로 콜센터 관련 환자는 이미 청도 대남병원 사례를 넘어 신천지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고 은혜의 강 교회는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와 사회의 종교행사 자제 부탁에도 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신천지 못지않은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은혜의 강 교회는 30%, 부천 생명수 교회는 40%가량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닫힌 공간에서 예배와 찬송을 하며 참가자간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종교행사 특성상 1명의 감염자가 30~4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전파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방대본 설명이다.

결국 이를 통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잠복기 등을 고려한 2~3주간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에 정은경 본부장은 "감염병 예방법에는 집회 같은 것을 못 하게 하는 법적인 조항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수준으로 어느 기간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위험도를 평가하고 중대본 내에서 협의를 거쳐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 강제조치까지도 고려한다는 얘기다.

당장 강제조치를 하기 어렵다면 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도 조언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교수는 "교회나 직장, PC방에서 확진 환자가 계속 나오면 언제 요양원 등 취약그룹으로 옮겨가게 될지 모른다"라며 "유럽이나 미국처럼 이동 제한을 하지 않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군집 형태의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99%, 최소한 95%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안정세가 꾸준히 유지돼야 집단 발병 사례를 줄일 수 있다"라며 "어느 정도 안정권까지 더 접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의 80.7%가 집단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의 집단발생 비율이 92.5%였고, 교회와 콜센터,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확진이 잇따르는 수도권은 74.3~86.7%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의 80.7%가 집단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의 집단발생 비율이 92.5%였고, 교회와 콜센터,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확진이 잇따르는 수도권은 74.3~86.7%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면 집단감염 재발"

하지만 분수령으로 꼽고 있는 2~3주, 정부가 요청한 건 단순히 집회나 종교행사를 주말 등에만 제재해 달라는 수준이 아니다.

이날 방대본은 '새로운 일상'을 침착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국민들을 독려했다. '새로운 일상'이란 ▲'아프면 쉰다'로 바뀔 수 있는 근무 여건 조성 ▲고위험군 감염을 막기 위한 세심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위생수칙 준수 등 그간 우리나라에선 당연하지 않은 일들의 일상화다.

정은경 본부장은 "각 사업장, 기관, 학교 등은 '아파도 나온다'라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로 바뀔 수 있도록 근무형태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겠다"라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큰 부담 없이 등교나 출근하지 않고 외출을 자제하며 집에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전 사회적인 그런 제도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구로와 대구 콜센터 사례에서 보듯 언제든 환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밀집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주기적인 환기와 소독도 철저히 한다. 온라인·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는 유연한 근무형태도 백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되 세심한 실천이 필요하다. 사회·경제 활동이 활발한 성인, 학령기 아동은 가벼운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기저질환자, 고령층이 많은 의료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때 대규모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개학 시점만 연기할 게 아니라 증상이 생겼을 때 조퇴를 하거나 거리를 두는 등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향후 2~3주로 제시했다.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 예절 준수, 생활·업무공간에서 자주 노출되는 가구 등의 표면 깨끗이 닦기 등 개인위생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한편 이를 위한 여건 마련에도 2~3주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쉽게 용인되지 않았거나 잘 지키지 못했던 일들을 제도·일상화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주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변화 없이 원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든 신천지나 교회, 콜센터 등에서처럼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모란 교수는 "재택근무, 학교 휴교, 요양원 종사자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등 우리는 그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부분을 일시적으로 덮어둔 것인데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다"라며 "노동 상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 안에서 접촉 등 사회 전반을 검토해 바꿔나가야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하던 대로 돌아가면 다시 (확진 환자가) 몇명만 들어와도 다시 확진 환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지금은 2~3주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서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상생활로 안 돌아갈 수는 없는데 돌아갈 때 취약한 계층이나 사업장의 밀집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버리면 또 전국적인 집단발병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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