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구상' 소환한 文…'남북 올림픽' 앞세워 대화 불씨 살리기

기사등록 2019/12/26 17:53:25

'한반도 평화 구상' 기고…남북미·국제사회에 행동 촉구

"평화 위해 더 많은 행동 필요…행동에 행동으로 화답"

"평창서 만들어진 평화 물결, 도쿄-베이징까지 흐를 것"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국제사회 호응 부탁"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9.25.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9.25.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새로 밝힌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좌초 위기에 놓인 북미 비핵화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북미 간에 구체적인 행동이 담보돼야 '하노이 노딜' 이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북미 대화를 재개될 수 있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국제사회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지속적으로 비핵화 대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기존 구상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고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며 북미는 물론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고문은 신디케이트 측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관련 구상·철학 등과 관련된 대통령의 기고를 요청해오면서 작성하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9월 한 달 간 협의 과정을 거쳐 10월 말에 원고 제출이 이뤄졌다.

10월은 이른바 '스톡홀름 노딜' 직후로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던 시기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가 시작되는 등 남북관계 또한 급격히 경색되던 때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행동'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것은 남북·북미 관계 속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북미 간에 이행이 따르지 않는 새로운 합의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앞선 합의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비핵화 실무협상을 거쳐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내다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의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 위에서 풀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모두 구체적인 행동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뉴시스]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서울=뉴시스]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다",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 "평화는 상대를 인정해야만 있을 수 있는 축구경기와 같다" 등 유독 평화의 새로운 개념 정립에 많은 공을 들인 것도 궁극적으로는 남북미 3국 모두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미 간 혹은 남북 간에 구체적인 행동이 선행 돼야만 새로운 협상을 위한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을 향한 유화적인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이와는 별도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 '동북아시아 철도공동체', '평화경제' 등 그동안 밝혀왔던 한반도 평화구상을 모두 녹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처음 밝힌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에 관해 "유엔 기구를 비롯해 국제기구가 비무장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면 한반도에 서 안전보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실질적 인 평화체제가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새로운 구상을 늘려나가기 보다는 당장 이행할 수 있는 것부터 차분히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DMZ 평화지대화 조성 계획에 유엔 등 국제기구를 포함시켜 이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남북간 철도 연결을 시작으로 중국·러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잇겠다는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DMZ에 묻힌 지뢰 제거 작업이 선행돼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는 곧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과 연결된다.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다시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 구상'으로,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바탕으로한 경제발전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평화경제 구상'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이처럼 철도 기반의 경제공동체를 다자안보체제로 확대시키겠다는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모든 구상이 연결돼 있다.

[서울=뉴시스]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모습. 문 대통령의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뉴시스DB). 2018.02.09.
[서울=뉴시스]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모습. 문 대통령의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뉴시스DB). 2018.02.09.
하나같이 기존에 이미 제시했던 개념들이지만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유치 언급과 맞물려 새롭게 눈길을 끈다. 남북이 2032년 하계올림픽의 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은 9·19 평양 공동선언 4조2항에 명시돼 있다.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남북을 빠른 시간 안에 오갈 수 있는 철도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남북은 지난해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연구와 함께 연말 착공식까지 진행했지만 이후 미국의 반대의 벽에 부딪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교류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다는 명분 아래서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관계 복원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내년쯤에는 서울-평양 올림픽을 공동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며 "서울-평양간 교통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은 현실이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촉구한 문 대통령의 제안을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 특사 파견의 과정을 거쳐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물결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까지 줄기차게 흐를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한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에 협력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국제사회가 호응해주시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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