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거나 물에 잠겨 뿌리부터 썩기 시작
수확 물 건너 갔다, 잇단 태풍에 전전긍긍
【보성=뉴시스】변재훈 기자 = "수확이라도 할 수 있으면 모를까. 무슨 재미로 수습을 다하겄소."
제18호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3일 전남 보성군 겸백면 용산리 이장 선점자(59)씨의 논. 3㏊의 논에 심어진 벼 대부분이 속절없이 누워 있다. 도랑 주변 논의 벼는 물에 잠겨 있다.
물에 젖어 축 늘어진 벼를 들어올리니 벌써부터 썩기 시작한 뿌리가 힘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논 곳곳에는 물폭탄에 떨어진 나락에서 난 새파란 싹이 자라고 있었다.
다음주면 본격적인 수확철이지만 상당수의 알곡들은 벼에서 떨어져 나가 물 속에 떠 있다. 누운 벼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해도 출하해 제 값을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30여년째 벼농사를 짓는 선씨는 "벼가 썩거나 싹이 나버려 손도 못 댈 지경이다. 올해 농사는 접을 수 밖에 없다"면서 "물에 젖은 알곡은 손으로 만져보면 금세 바스라져 떡을 지어도 맛이 없어서 제 값에 못 판다"며 울상을 지었다.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벼를 모두 벤 뒤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출하조차 기대할 수 없는 복구작업은 농민으로서 힘 빠지는 일이다"며 "일손도 부족해 인건비를 들여 복구한다고 해도 보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날 하루 종일 내리는 장대비 속에서도 선씨는 흙탕물에 잠긴 벼를 하나라도 건져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3일 전남 보성군 겸백면 용산리 이장 선점자(59)씨의 논. 3㏊의 논에 심어진 벼 대부분이 속절없이 누워 있다. 도랑 주변 논의 벼는 물에 잠겨 있다.
물에 젖어 축 늘어진 벼를 들어올리니 벌써부터 썩기 시작한 뿌리가 힘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논 곳곳에는 물폭탄에 떨어진 나락에서 난 새파란 싹이 자라고 있었다.
다음주면 본격적인 수확철이지만 상당수의 알곡들은 벼에서 떨어져 나가 물 속에 떠 있다. 누운 벼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해도 출하해 제 값을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30여년째 벼농사를 짓는 선씨는 "벼가 썩거나 싹이 나버려 손도 못 댈 지경이다. 올해 농사는 접을 수 밖에 없다"면서 "물에 젖은 알곡은 손으로 만져보면 금세 바스라져 떡을 지어도 맛이 없어서 제 값에 못 판다"며 울상을 지었다.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벼를 모두 벤 뒤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출하조차 기대할 수 없는 복구작업은 농민으로서 힘 빠지는 일이다"며 "일손도 부족해 인건비를 들여 복구한다고 해도 보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날 하루 종일 내리는 장대비 속에서도 선씨는 흙탕물에 잠긴 벼를 하나라도 건져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겸백면 일대는 마땅히 다른 상품 작물을 재배하지 않아 농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짓는다.
또 다른 논 주인 김기환(59)씨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경작하는 논 중 40%가량인 1.3㏊는 앞서 강타한 태풍 '링링' 때 이미 한 번 쓰러졌었다. 당시 군청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다시 세워 묶어놓은 벼들은 또 다시 모진 비바람을 맞았다.
나머지 논은 복구작업조차 마치지 못했다. 김씨는 "한 해에만 두 번 태풍 피해를 입은 벼가 온전할까 싶지만 현재로서는 세워놓은 벼라도 거둬들여 싼 값에 처분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표정에서는 착잡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어렵게 출하를 한다해도 비바람 피해를 입은 벼는 시세(80㎏ 1포대 20만원)보다 20% 가량 저렴한 16만~17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선씨와 김씨 모두 이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번 태풍은 유달리 큰 피해를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1일부터 보성에 내린 비의 양은 305㎜다. 이번 태풍으로 보성에서만 벼 침수·쓰러짐 피해는 670㏊로 잠정 집계됐다. 현장 조사·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논 주인 김기환(59)씨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경작하는 논 중 40%가량인 1.3㏊는 앞서 강타한 태풍 '링링' 때 이미 한 번 쓰러졌었다. 당시 군청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다시 세워 묶어놓은 벼들은 또 다시 모진 비바람을 맞았다.
나머지 논은 복구작업조차 마치지 못했다. 김씨는 "한 해에만 두 번 태풍 피해를 입은 벼가 온전할까 싶지만 현재로서는 세워놓은 벼라도 거둬들여 싼 값에 처분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표정에서는 착잡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어렵게 출하를 한다해도 비바람 피해를 입은 벼는 시세(80㎏ 1포대 20만원)보다 20% 가량 저렴한 16만~17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선씨와 김씨 모두 이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번 태풍은 유달리 큰 피해를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1일부터 보성에 내린 비의 양은 305㎜다. 이번 태풍으로 보성에서만 벼 침수·쓰러짐 피해는 670㏊로 잠정 집계됐다. 현장 조사·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