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최대 95%의 손실 예상
피해 투자자들 "은행 불완전 판매" 소송도 불사
은행들, 일단 금감원 검사부터 성실히 받겠다
투자자에 위험성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 등 쟁점
【서울=뉴시스】조현아 천민아 기자 = 금융당국이 원금의 최대 95%까지 손실이 예상되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 DLF) 판매와 관련해 고강도 검사에 돌입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은행들은 상품 위험성 등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일단 금감원 검사부터 성실히 받겠다고 강조했다.
19일 금감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판매잔액은 지난 7일 기준 모두 8224억원으로 이중 손실예상액은 4558억원(5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DLS는 금리, 통화, 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이다. 은행들이 판매한 것은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만든 DLF(파생결합펀드)다. 문제가 된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것과 영국·미국 CMS 금리에 연계된 상품으로 각 1266억원, 6958억원이 팔려 나갔다. 우리은행(4012억원)이 가장 많이 팔았고 하나은행도 3876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판매액 전체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데다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연 4%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원금 전체를 잃게 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런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이 원금을 다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금감원이 추정한 해당 상품의 예상 손실률은 95.1%다.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투자액 1266억원 중 1204억원은 날아가게 되는 셈이다. 이 상품 투자액 1266억원 가운데 우리은행에서 팔린 규모만 1255억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주로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7년물 금리 연계 DLS에 투자하는 DLF 상품을 팔았다. 해당 상품의 경우 금융사 전체 판매액 6958억원 중 5973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하긴 했으나 만기 도래시까지는 상대적으로 시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의 금리수준이 이어질 경우 예상 손실률은 56.2%(3354억원)으로 원금의 반토막이 날 것으로 관측됐다.
피해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며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DLS 투자자들 중에는 법인도 있지만 개인이 3654명으로 전체 판매 잔액의 89.1%를 차지하고 있다. 피해 투자자들과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사태는 키코와 동양 사태가 결합된 형태"라며 "단순히 '이런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는 등의 항목에 체크하도록 한 것 만으로 책임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번 검사에서 불완전 판매 여부를 중심으로 상품 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분쟁 조정에도 나선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DLS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은 모두 29건이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분조례 등을 참고해 분쟁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상품 대부분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측은 말을 아끼면서 금감원 검사부터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이달 초 약 70명의 인력을 투입시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DLS 사태와 관련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하나은행도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성향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유한 것인지,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가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불완전 판매의 개연성은 있지만 실제 위반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며 "금융사들이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의 원칙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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