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들도 '노재팬' 기류로 흥행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11일 간판을 내건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은 13만4000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국내에도 어린이 팬을 많이 거느린 일본 베스트셀러가 원작임을 고려하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속에 부모들이 선택을 꺼린 탓으로 분석된다.
일본 영화들은 흥행 참패 예상에 따라 개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달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는 '나는 예수님이 싫다', '데메킨: 나는 일진이었다', '콜 마이 네임' 등 3편이다. 일본 영화는 상영관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한 영화 수입·배급사 측은 "한일갈등의 영향 때문에 개봉을 결정해도 상영관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최대한 개봉일을 미루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한일갈등이 오래 간다면, 10월 공개하는 신카이 마코토(46)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항일 영화는 흥행에 탄력이 붙은 상황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은 25일 개봉 후 1주 만에 누적관객수 1만명을 돌파했다. 아베 정권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추적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개봉 후에는 '지금 우린 아베가 일으킨 전쟁터의 한가운데 있다는 실감이 든다. 총 대신 말과 글, 돈, 기술, 분노, 깨우침이 무기다', '어려운 내용을 빠르고 특유의 비아냥으로 위트 있게, 또 논리적으로 만든 간만에 제대로 된 영화'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전장'은 애초 전국 약 30개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반일 기류를 타고 최종 약 60개관에서 개봉됐다. 상영관이 적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전장'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겁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든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담아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는 첫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독립군의 투쟁과 숨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원신연(50) 감독은 시사회에서 "일제강점기가 피해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저항의 역사와 승리의 역사도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봉오동 전투'는 개봉이 5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예매율이 10위권에 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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