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은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3분42초44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맥 호튼(호주)의 추격을 0.73초차로 따돌리고 이번 대회 경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처음 자유형 400m 시상대를 정복한 쑨양은 2015년 카잔 대회,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광주 대회까지 제패하며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1998년과 2001년, 2003년 3연패를 차지했던 호주 수영의 전설 이안 소프를 제치고 최다 연속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쑨양은 데니스 코터럴 코치의 지도 아래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198㎝라는 탁월한 신체 조건과 본인 스스로 "매일 엄청나게 운동을 한다"고 표현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이 빚어낸 결과다.
지난 8년 간 쑨양이 메이저대회 자유형 400m를 놓친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유일하다. 호튼에게 진 3년 전 올림픽을 제외하면 쑨양의 패배로 기억되는 레이스는 한 차례도 없다. 2위의 면면이 계속 바뀌었지만 쑨양만큼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쑨양은 2014년 5월 중국반도핑기구(CHINADA)가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 양성 반응을 보여 3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혈관확장제 중 한 가지인 트리메타지딘은 심장 기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약물로 그해 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 리스트에 등재됐다.
쑨양은 3개월이라는 짧은 징계 기간 이후 곧장 복귀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잠잠하던 쑨양은 지난해 다시 한 번 사고를 쳤다. 지난해 9월 도핑 검사관이 집을 방문했을 때 혈액이 담겨있던 샘플을 망치로 훼손해 테스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2위 호튼은 쑨양에게 한 번도 시선을 두지 않았다. 메달리스트들이 모여 사진을 찍을 때도 뒷짐을 진 채 한 발짝 물러섰다. 쑨양과의 모든 것을 부정한 호튼은 3위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와는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촬영을 한 뒤 쿨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쑨양은 자유형 400m 예선을 마친 뒤 "이번 대회는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리허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9월로 예정된 CAS의 판단에 따라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올림픽에 나서더라도 도핑 기피 사건은 그의 이력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것이다.
4연패를 달성하고도 호튼과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던 광주에서의 씁쓸한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자유형 400m 역대 최고의 선수 앞에 놓인 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진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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