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WTO 제소, 소재·부품 국산화'
대응책 내놨지만…전문가들은 회의적
"WTO 판결 3~4년 걸려…기업 피해 커"
국산화 당장 불가능…'당면 해결책' 아냐
"日 수출 '3개월' 소요…생산 차질 우려"

【평택=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김진욱 이승재 기자 =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한국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소재·부품 국산화'다. 국제법에 따라 일본의 조치를 우선 철회시키고 소재·부품 국산화율을 높여 이런 사태의 재발을 궁극적으로 막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WTO 제소는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소재·부품 국산화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당장 필요한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수 없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일본 수출 통제 관련 관계 기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 본부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의 수출 통제는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고 양자 협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내놓은 주된 대응책은 WTO 제소다. 일본의 조치가 부당함을 세계에 알려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WTO 제소는 산업부가 1일 꾸린 태스크포스(TF) '통상현안대응단'의 분쟁반이 맡는다.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WTO 승소를 이끌었던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이 합류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도 이달 중 발표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의 연구·개발(R&D)에 매년 1조원을 투입해 국산화율을 높인다. 일본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부품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는 내용도 담을 예정이다. 이 대책은 산업부 소재부품총괄과에서 마련한다.
산업부의 이런 대응책에 민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WTO를 통한 문제 해결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재·부품 국산화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문제점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지만 이 역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라고 보기는 힘든 이유다.
WTO 제소는 옳고 그름을 국제법에 따라 명확히 따져볼 수 있으나 최종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일본이 특정 국가(한국)를 대상으로 소재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한다'는 명백한 상황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일본이 다른 나라에는 허용하는 소재 수출을 한국에만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한국에 소재를 수출하는 절차를 깐깐하게 바꾸겠다'는 입장이지 아예 금지한다고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하려면 이 절차를 철저하게 지킨 뒤 일본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 절차를 준수했음에도 일본이 부당하게 수출을 하지 않을 경우 국제 규범상 문제로 삼고 제소할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한국은 일본의 대응을 1년가량 지켜봐야 한다. 제소한 뒤에도 최종 판결까지는 3년 안팎이 소요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도 일본이 한국을 WTO에 최초 제소한 시점(2015년 5월)으로부터 3년 11개월이 지난 올해 4월이 돼서야 WTO 최종심인 '상소 기구'의 판결이 나왔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에 제소해 송사를 벌이는 3~4년 동안 한국 기업들과 관련 업계는 계속 애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제소를 통한 문제 해결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아니다"라면서 "WTO 상소 기구 위원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도 제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소재·부품 국산화도 당장의 실효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울 수는 있으나 당장 일본 소재·부품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는 2010년에도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무위로 돌아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은 "통상 수출 허가까지 3개월가량이 필요하다. 한 달 치 재고밖에 확보하지 않은 기업들은 생산에 차질을 빚어 두 달간 공장을 놀려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은 더는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가 아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일본산 소재를 쓰는 산업들은 당장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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