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1, 지금 보면 아슬아슬한 느낌 굉장히 많아
시즌2는 조금 더 견고하게…올 여름부터 연재 재개 예정
요르단, 가나 취재 가려 준비 중…중소기업 출장 다룰 것
직장인들 결혼 풍속도도…김동식 과장 계속 노총각으로?
<파인> 시나리오 초고 나와…<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미생> 시즌2 드라마 계약…임시완씨도 제대해 곧 논의
<미생> 성공, 솔직히 부끄러워…두려움 더 안겨준 작품
강풀, 투박할 것 같지만 정말 예민…주호민도 마찬가지
누룩미디어, 지난해 <신과함께> 빛나는 성과로 ‘해피’
= <미생>의 윤태호 작가를 6월 5일 서교동의 한 까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2014년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일본이라는 좋은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슬램덩크>라는 단행본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세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에 윤태호 작가는 "물론 표준적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으나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은 환경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 작가의 어떤 내적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지, 환경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를 잡아먹어버릴 만큼의 자기 성취동기가 있어야 된다는거죠"라고 답을 했었습니다.
<이끼>와 <미생> 같은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를 잡아먹어버릴 만큼의 자기 성취동기'를 느끼게 해줄만큼 강한 기운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댓글을 통해 "저 작가는 평생의 재능을 <이끼>라는 작품으로 다 쓴 것 같다"고 했고, 만화평론가 이명석은 "윤태호는 허영만 이래 가장 현실적으로 감각으로 다양한 소재의 작품에 도전하고 있는 만화가다"라고 평했더랬죠.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은 2014년 "감히 말하자면 <미생>은 문학, 영화까지 포함해 지난 10년간 남한 사회에서 생산된 수많은 성장담 중에서도 일급의 서사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작가로서 정점을 찍은 윤태호 작가는 몇 년 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미생>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건강에 관련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미생>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지, <미생>2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스승인 허영만 화백에 관한 이야기, 100권을 목표로 진행한다고 했던 <오리진> 시리즈,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누룩미디어, 만화가협회장으로서의 고민, 앞으로의 작품 계획 등에 대해 두서없이 질문을 했고, 윤태호 작가는 솔직히 답해주었습니다. 고민이 깊었던만큼 생각도 깊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소 깁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한없이 짧은 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보 경쟁의 시대, 영상의 시대, 소셜미디어의 시대이긴 하지만, 시대에 한번 역행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윤태호 작가에게 현시점에서 궁금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지금 시작합니다.
지승호(이하 지) – 많은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건강은 좀 어떠세요?
윤태호(이하 윤) – 팔 아픈 것은 여전하구요. 치료는 딱히 안 하고 있고, 작업 안 하고, 운동 안 하고 있습니다. 덜 쓰는 거, 그 정도죠.
지 – <미생>으로 인해서 작품으로나 사회적 반향으로나 정점을 찍으신 거잖아요. 그 이후에 건강 때문에 연재도 중단하시고, 외부에서 볼때는 약간 주춤한 듯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초조하거나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윤 – 아예 없다면 거짓말일 거구요. 50살이 넘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연재를 버틸 수 있는 몸일까 하는 걱정도 있기도 합니다. 또 다른 면으로는 계속 작품에 대해서 마인드 콘트롤을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작품에 대해서 더 깊게, 많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구요. 연재를 쉬면서도 시즌2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요. 옛날에는 무턱대고 덤빈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이 작품이 가야 될 방향이라든지, 궁극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을 하는 부분들이 생겨서요. 그런 부분들은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쉬는 기간 동안,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제가 벌렸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들이 되어서요. 그런 시간을 벌었다는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리빌딩되는 시간들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 – 작품이 가야될 방향을 잡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윤 – 예전에 이 작품이 이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는 피상적으로, 생각으로만 '이렇게, 저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었구요. 인상적인 느낌으로 뭔가 결말을 정해놓는다거나, 가치를 정해놓는다거나 했는데요. 지금은 구체적인 것까지 머리 속에 구상이 되는 부분들이 있구요. 여기에서 성취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알게 된 느낌, 그런 것이 시즌1 할 때와 달라졌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시즌1을 할때는 작품이 성장하는 것만큼 저도 같이 성장하면서 따라간 측면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시즌1을 보면 아슬아슬한 느낌도 굉장히 많구요. 이때 이렇게 안 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지, 하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는데요. 다행히 거기에 독자들의 반응도 적절하게 왔었던 것 같구요. 시즌1을 생각하면 아찔했던 기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견고하게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 – 예전에 인터뷰하셨을때 슬램덩크를 보면 작가가 연재를 진행하면서 점점 성장하고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고 하셨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느낌인가요?
윤 – 슬램덩크랑 비교하기는 너무 부끄럽죠. 부끄러운데요. 그림이나 딱히 그런 측면이라기보다는 작품 전반적으로 봤을 때 조금 더 생각이 견고해진 것 같아요.
지 – 시즌2는 휴재 중인데, 언제 연재를 재개하나요?
윤 – 올 여름부터는 시작을 하려고 하구요. 그래서 지금 요르단 하고 가나 쪽에 취재를 가려고 준비 중인데요. 일정이 쉽게 안 잡혀서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 – 일정이 미뤄지는 것은 여러 가지 하시는 일들을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윤 – 제 개인적인 일정이랑, 함께 취재를 가야 될, 조력자들의 개인적인 스케줄이나 환경적인 스케줄, 이런 모든 것이 약간씩 안 맞아서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지 – 시즌2에서 원래 계획 했던 세 파트 중에서 두 번째 파트를 본격적으로 들어가시는 거잖아요.
윤 – 네. 출장에 대한 것이죠. 인프라가 단단하게 되어 있는 대기업의 출장, 그 안에서도 만족도가 있을 것이고, 아니면 시스템대로 따라야 되는 그런 부분도 있겠죠. 인프라가 강한 만큼. 또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의 출장은 자기가 모든 것을 만들어야 되고, 부딪혀야 되는 면이 있겠지만, 성취감은 남다르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 기본적으로 <미생>이 그랬듯이 출장을 간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준비하는 것일까, 출장은 왜 가는 것일까, 출장을 가서 무엇을 획득해야 되는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 같구요. 출장은 근본적으로 왜 가는 것인가, 요즘 같이 통신도 발달된 시절에 왜 면대면의 만남을 가져야 되는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싶어요.
지 – 그 전에 하셨던 작업처럼 디테일하게.(웃음)
윤 – 직장인 분들은 다 아시겠죠. '출장은 가야되니까, 가는 거지', 하겠지만요.(웃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신기하거든요. 요즘은 화상통화도 다 되고, 대부분 업무를 이메일로 다 하는데, 왜 출장을 가는 것인가, 특히 대기업들은. 그리고 중소기업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 출장을 가는 것인가, 무엇을 얻지 못하면 돌아오면 안 되는 것인가,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무언가를 얻어야 되잖아요. 이런 부분들. 일정에 따라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속옷, 양말 현지에 갔을 때 현지의 문화나 이런 것들을 어디까지 숙지를 하고 가야 되고, 한국과 다를테니 분명히 긴장도가 있을텐데요.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가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러 갔으니까 자기가 다 알아서 해야 될텐데요. 그런 것들을 어디까지 숙지를 해야 될 것이고, 응급한 상황이 생겼을때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 이런 것들.
지 – 파트3에서는 직장인들의 결혼 풍속도를 담을 예정이라고 들었는데요. 그 전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 담기는건가요?
윤 – 다르다기보다는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을테니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의 나이가 될거거든요. 결혼이 목표가 아니라 결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그릴 것 같아요. 가정을 이룬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가정을 이루지 않고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요. 결혼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만 잘 안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요. 결혼에 골인하지만, 그 이후가 자기가 생각했던 결혼과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예측한대로의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잖아요. 결혼을 하게 되면 자기 삶에서의 뭔가 하나의 축이 생기는 건데요. 가정이라는 축이 생기는 건데, 그것을 대하는 요즘 사람들, 젊은이들의 고민이나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동식 과장 같은 경우는 계속 노총각으로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도 그려야 될 것 같구요.(웃음)
지 – 작가님 작품의 주제는 사람이니까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는데요. 결혼과 가정도 하나의 중요한 축이니까요.
윤 – 직장에서의 상황이 가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서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혼자 살건 어쨌건.
지 – 시즌1에서도 육아와 어린이집 얘기가 잠깐 나오잖아요.
윤 – 진짜 간단하게 훑은 거죠. 3부쯤 가서는 첨예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가정을 꾸려간다는 것에 대한 수고로움,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 다음에 가정을 꾸리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의 불안감, 이런 것들. 요즘 시대가 혼자 살기도 버거운 시대다 보니까, 가정을 꾸렸을때 내가 과연 잘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공포감도 있고, 자기도 못 배운 사람이 아닌데,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내가 아이를 행복하게 케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것 같구요. 당연히 그런 부분들이 담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연애 얘기가 핵심은 아니죠.
지 – 작가님 작품이 시각적인 면에서 화려하고 해서 영화화가 많이 될 것 같은데요. 강풀 작가님 같은 분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영화화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윤 – 강풀 작가하고 비교하기는 뭐한 것이 강풀 작가는 모든 작품이 영화화되었거나 계약이 되어 있잖아요. 저는 모든 작품은 아니고, 최근에 했던 작품들이 계약이 되어 있는데요. 한 일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끼> <미생> <내부자들>이 나왔고, <파인>이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지 – <파인>은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님이 만드시는 거죠?
윤 – 네. 지금 시나리오 초고 나왔구요. 보여주신다고 했는데, 안 보겠다고 했거든요.(웃음) 한번도 시나리오를 미리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지 - 내년에나 나오는 건가요?
윤 - 아직 모르겠어요.
지 – 영화나 드라마에는 개입을 안 하시는 편인가요?
윤 – <이끼> 빼고는 해본 적이 없고, 마케팅만 같이 하죠. <이끼> 때는 연재 도중에 시나리오가 계속 쓰여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참여할 수 밖에 없었구요.
지 – 좀 더 나은 결말을 위해서 강우석 감독님한테 3개월만 더 달라고 하셨다면서요.
윤 – 예. 그랬죠.
지 – 저는 <파인>이 초기에 몰입도가 워낙 강해서 작가님의 최고 걸작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는데요. 그런데 좀 성급하게 끝난 느낌이 있습니다. 연재할 때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었구요.
윤 – 캐릭터도 많이 나오고, 제 스스로도 <미생>을 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버린 거예요. <미생>을 할때는 저의 취재나 내용에 관한 부분을 도와주시는 조력자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파인을 할때는 혼자서 그 모든 것을 끌고 가려다 보니까 힘에 부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어서요. 저는 오히려 영화 쪽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 –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크긴 합니다.
윤 – 그래서 제가 만화 작업할 때 아쉬웠던 부분들도 굉장히 많이 말씀을 드렸구요. 이런 부분, 저런 부분들이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 한발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많이 드렸는데요. 파인 같은 경우는 만화보다는 영화가 더 좋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워낙에 '뻥카' 치시는 분이 아니고, 드라이하게 하시는 분이잖아요. 그게 진짜 마음에 드는거예요. 이 분은 다른 사람을 감정적으로, 기교적으로 속이려고 하는 것보다는 '오함마'로 때리는 듯한 느낌을 주시는 분이라서요. 만화에서의 파인이 코믹하고 경쾌한 맛이 있었다면 영화에서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독님 자체가 하드보일드한 것을 좋아하시잖아요.
지 – <이끼>때는 "에너지가 통했지 이야기가 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미생>부터는 이야기가 통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윤 –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지나서 생각을 해보면 스토리가 통해서, 기술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진짜 운이 좋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이 비타민이 결핍되어서 비타민 알약 하나를 먹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체적으로는 기운이 통했다고 느껴져요. 지금 <미생>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그때 기특하게도 이런 에피소드를 넣었네, 이런 대사를 넣었네, 이런 부분도 있지만요. 전반적으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거든요. 부족한 부분도 많고. 그걸 언제 느끼냐 하면 드라마화할 때 혹은 영화화할 때 시나리오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분들이 자꾸 질문을 하잖아요. 그러면 자꾸 제 만화의 빈 곳들이 보이는거죠.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기본적인 부분이 빠져 있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제 만화에. 대체적으로 기운으로 갔던 것 같아요.
지 – 그 기운이라는 것이 매력이라는 얘기잖아요. 왜 좋은지 모르지만, 끌리고 그런 것.
윤 – 그게 통했던 것 같아요.
지 – <미생> 드라마를 보실 때는 어떠셨어요?
윤 – 일단 너무 좋았구요. 감독님 자체가 디테일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으신 분이니까,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았구요. 제일 좋았던 것은 감독님이 원작자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정말 정말 '리스펙트'를 보여주셨어요. 작업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굉장히 감사한 느낌, 그런 게 많이 있었죠. 그래서 지금 아스달연대기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지 - 초기에 다소 논란이 있던데요.(웃음)
윤 - 논란과 상관없이 끝까지 갔을 때 좋은 결말이 있으시길 바라죠. 감독님을 워낙 믿으니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구요.
지 – <미생> 시즌2를 시작하실 때는 약간의 부담이 되셨는지 드라마와는 상관없이 가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하셨잖아요.
윤 – 부담 때문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의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제 만화의 설정과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서요. 그 부분을 껴안을 수가 없는거죠. 드라마의 설정을, 그건 드라마 하실 분들의 몫이라고 선언을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만화는 만화대로의 일관성이 필요한 거니까요.
지 – <미생> 시즌2 드라마 계획은 없나요?
윤 – CJ하고 시즌1때 시즌2까지 계약을 했어요. 아직 스케줄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임시완씨도 제대했구요. 곧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어쨌거나 원작이 나와야 되니까요.
지 – 영화화 얘기는 없나요?
윤 – 글쎄요. 아직. 몇몇 분들은 얘기를 하시는데요. 구체적인 것은 아직 없습니다.
지 - 영화 한편으로 압축하기 어려워서 그런 건가요?
윤 - 영화화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미생>은 내러티브에 있어서는 알려질만큼 알려졌으니까, 거기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루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지 – 작가님한테 <미생>이라는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가요?
윤 – 한 작품이 그 사람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을 하면 그것에 대해서 마땅하게 즐기는 작가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반응 때문에 자기 작품을 더 인색하게 보게 되고, '진짜 그랬나? 내가 작업할 때도 진짜 이 기대에 부합할만큼 작업을 했었나?' 이런 생각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솔직히 부끄럽죠. 작품이 너무 사회적으로 많이 회자가 되고 커지게 되면 내가 과연 거기에 마땅한 사람인가 이런 생각도 굉장히 많이 들고, '내가 이것을 즐겨도 되나?' 솔직히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부끄럽죠. 부담스럽고. 그래서 더 그 작품에서 멀어질려고 애쓰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나는 쌈마이 같은 가치관으로 작품을 해왔고,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 <미생>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사회적인 멘토랍시고,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어떤 역할 때문에 나가기도 많이 나갔고, 강제적으로 부여된 입장 때문에 나가기도 많이 나갔는데요. 그리고 들어올 때마다 뭔가 벽돌을 쌓는데, 중간 중간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이 분명히 있어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는데, 하는 불안감도 있고, 이렇게 벽돌을 계속 쌓아도 되나, 하는 마음 때문에 강연 자체를 거부하고 있구요. 솔직히 두려움을 더 많이 갖다 준 작품인 것 같아요. <미생>은.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지 – <이끼> 나왔을 때도 어느 분이 댓글로 '이 작가는 평생 쓸 에너지를 여기다 다 쓴 것 아니냐?'고 했잖아요.(웃음)
윤 – 저도 그 댓글을 읽고, '진짜 맞아'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미생>은 잘 안될 수 있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웃음)
지 – 강풀 작가는 1년 동안 반대를 했다면서요. <이끼> 같은 센 얘기를 한 다음 작품이 그게 뭐냐고. 강풀 작가한테 그걸 여쭤보니까 "그때 제가 미쳤었죠"라고 하시더라구요.(웃음)
윤 – 되게 고마운 거예요. 그런 솔직한 피드백을 준다는 것이. 저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구요.
지 – 애정이 없으면 얘기하기 쉽지 않잖아요. 오해받을 수도 있고.
윤 – 대부분 작가들은 그런 표현을 잘 안하죠.
지 – 두 분이 SNS에서 티격태격 댓글 주고 받는 것도 보면 재밌더라구요. 애정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윤 – 제가 웹툰 하기 전, 풀이는 웹툰 작가로 자리를 잡았을 때, 제가 스토리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러면 풀이는 "형 나는 시나리오를 다 쓰고 연재를 들어가는데, 내 거 한번 보여줄까" 이러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면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풀이 같은 경우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려고 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아니야, 나는 안 볼게"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로 인해서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풀이는 충분히 잘 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영향을 받지 않을 자신이 없었구요. 서로간에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거죠. 이 친구는 마음 편하게 권하고, 저는 마음 편하게 거부할 수 있고, 그런 게 좋은거죠.
지 – 서로 이심전심이 되니까 가능한 건데, 잘못하면 호의를 거절하는 거니까 서먹서먹해질 수도 있는 거구요.
윤 – 맞아요. 풀이랑은 담백해요. 거기에 주호민 작가까지 끼면. 우리 세 명은 누룩미디어 주주니까, 더군다나 우리끼리는 서로 간에 말조심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적절한 거리감이 있어요. 수시로 만나지 않으려고 애쓰죠.(웃음)
지 – 영화 <기생충>을 봐도 그렇고,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웃음)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에 고슴도치 같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한데요.
윤 – 풀이랑 농담도 많이 하고 그런데요. 풀이는 투박할 것 같지만 정말 예민하거든요. 내적인 규칙도 굉장히 강하구요. 주호민도 똑같아요. 저도 예민한 사람이긴 한데, 저는 그 둘에 비하자면 말도 많고, 행동도 많기 때문에 실수가 많고 해프닝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구요. 둘 다 후배니까 그래도 이해해주는 편이죠.
지 – 고슴도치처럼 온기가 필요해서 가까이 다가가면 찔리고.(웃음)
윤 – 저희는 적당하게 냉랭한 것이 있어요.(웃음)
지 – 누룩미디어 대표로 계시죠? 경영 상황은 어떤가요?
윤 – 지난해에 주호민 작가의 빛나는 성과에 힘입어서 해피합니다.(웃음) 누룩미디어가 운이 좋은 것이 설립 초기에는 강풀 작가가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해줬구요. 그 뒤에는 <미생>이 잘 돼서 말하자면 업계에 이름이 돌게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었구요. 그 뒤에는 주호민 작가의 <신과함께>가 화제가 됐구요. 최근에는 조금산 작가의 작품이 <구해줘>라는 드라마의 원작으로 나가게 됐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구요. 정말 좋은 것은 저희 직원들의 업력이 8년 정도 되어 가다보니까, 나름대로 전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제일 좋죠.
지 – 스타 작가들이 많아서 한번씩 터지면 운영비 걱정은 안 하시겠네요.(웃음)
윤 – 직원들 입장에서는 경험할 일들이 많아지는 거죠.
지 – 누룩미디어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윤 – 이대로 한 세상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웃음) 회사를 더 키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없이 일을 잘해서 우리 직원들이 결혼해서 이 직장을 계속 잘 다니고, 큰 회사라기 보다는 탄탄한 회사, 직원들이 직장에 대한 공포감 없이 계속 잘 다니게 만드는 것이 목표죠.
(계속)
/ 지승호 인터뷰 전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