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점거·육탄전·빠루…여실한 '동물국회'
사상 초유 이메일 발의·전자 발의까지 등장
국회의장, 33년 만에 경호권 발동…입원도
여야 무더기 고소·고발전 '제2라운드' 남아
수사 및 처벌 여부 이제 검찰·법원 판가름
【서울=뉴시스】임종명 한주홍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과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가 시작됐지만 국회선진화법 이후 사라졌던 '동물국회'가 되살아났다는 오명은 두고두고 짙은 그림자를 남기게 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자정에 임박해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인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4가지 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데 이어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4당이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한 지난 25일부터 처리에 성공한 29일까지 닷새간 여야는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 거친 몸싸움이 오갔고,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돼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에 집단 난입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국회의장이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자정에 임박해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인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4가지 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데 이어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4당이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한 지난 25일부터 처리에 성공한 29일까지 닷새간 여야는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 거친 몸싸움이 오갔고,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돼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에 집단 난입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국회의장이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처리를 예고했던 25일 한국당은 일찌감치 패스트트랙 처리가 예상되는 국회 회의장 곳곳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사·보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간사였던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하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같은 당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했다. 오 의원의 사·보임은 팩스로 처리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6시간이나 감금하기도 했다. 6시간여 의원실에 갇혀 있었던 채 의원은 결국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보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간사였던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하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같은 당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했다. 오 의원의 사·보임은 팩스로 처리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6시간이나 감금하기도 했다. 6시간여 의원실에 갇혀 있었던 채 의원은 결국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다.
25일 오후부터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간 전면전이 펼쳐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7층 의안과 앞을 막아섰다. 의안과 안을 점거한 일부 의원들은 컴퓨터 사용을 막는가 하면 팩스를 부쉈다.
심상정·이상민 위원장이 각각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소집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진입을 막았고 일부는 아예 회의장 앞에 드러누우며 '육탄저지'를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6일 새벽에는 급기야 빠루(노루발못뽑이)와 장도리, 망치 등 국회에서 보기 힘든 연장이 대거 등장했다. 국회 경위들은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점거된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빠루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장은 33년 만에 의장 경호권을 발동했다.
새벽 내내 이어진 대치는 26일 오전 5시가 가까워져서야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갑자기 회의가 열려 법안이 처리되는 돌발상황을 막기 위해 각 회의실 앞을 지켰다.
26일에는 극렬한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야는 서로의 동태를 살폈다. 이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오후 8시에 소집됐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온몸으로 막아서면서 정개특위는 아예 개의되지 못했다. 어렵사리 회의장을 바꿔 열린 사개특위도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산회했다.
폭력 사태와 국회 점거 등의 육탄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이메일 발의' '전자 발의'도 등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법안을 접수하는 의안과를 점거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우회 발의를 시도했다.
닷새간에 공방 끝에 결국 패스트트랙은 처리됐지만 여야 간 고소·고발전이라는 제2라운드가 또 남아있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 18명을 무더기 고발한 데 이어 29일에도 19명의 한국당 의원을 2차 고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직접 카메라 휴대폰으로 불법 행위를 한 사람들 사진을 30장 찍어놨다"며 "제 이름으로 고발조치하겠다"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한국당 역시 홍영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17명의 민주당 의원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의당도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및 무더기 처벌 여부는 이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의해 판가름나게 됐다.
홍 원내대표는 30일 새벽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결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고발 건에 관한 질문에 "국회선진화법이 어렵게 만들어졌고 지난 7년 간 이번과 같은 무질서하고 불법적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만큼은 분명하게 선진화법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어 "저부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 발로 검찰에 출두하겠다. 한국당이 고발한 거에 대해 제가 먼저 조사를 받겠다"면서 "한국당도 스스로 자진해서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