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운영위해 노력했지만 병원 사업 접어야” 주장
녹지, 그간 병원운영 의지 피력…소송 통해 해결 가능성↑
제주도 “소송서 패소한다 해도 도민 부담 최소화할 것”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이 병원 근로자에게 고용 해고를 통보하면서 사실상 철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병원 측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지난 26일 간호사 등 병원 근로자 50여명에게 구샤팡 대표이사 명의의 글을 보냈다.
해당 글에서 녹지그룹은 “회사는 지난 4년간 병원설립 및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제는 병원 사업을 부득이하게 접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대단히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여러분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추후에 병원사업을 운영할 적임자가 나타나면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지난 17일 제주도가 조건부 개설허가마저 취소키로 하면서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개설허가 취소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녹지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현행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겨서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애초 녹지병원이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을 모두 채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청문 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이나 결원에 대한 신규 채용 노력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부분도 허가 취소의 사유가 됐다.
하지만 그간 녹지그룹이 녹지병원을 운영하겠다 의지를 끊임없이 밝혀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녹지그룹은 지난달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청문에서 “녹지병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도가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개원 절차를 차분하게 진행해 진료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에는 장옥량 녹지그룹 총재가 문대림 JDC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녹지병원 개설 허가 등으로 서귀포에 조성하고 있는 헬스케어타운 추진에 어려움이 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녹지그룹이 녹지병원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요에 의해 추진됐으며 조건부 허가 취소 사유인 개연 지연의 책임 역시 제주도에 있다고 주장하는 점도 소송 가능성을 높인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녹지 측은 이미 제주도를 상대로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진행 중”이라며 “오늘 자로 조건부 허가까지 취소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은 물론 손해배상 등 후속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송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의 정당성을 근거로 대응할 것”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경우 잘 방어하고 설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도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후속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면서 이미 녹지그룹이 소송을 통해 녹지병원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소송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승소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지역 의료업계 관계자는 “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녹지그룹과 제주도의 주장을 근거로 고려해본다면 녹지그룹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도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손해배상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그룹의 법률대리인인 태평양 박태준 변호사 측은 "현재로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진 사항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78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의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에 46병상 규모로 2015년 8월 착공했으며 지난 2017년 11월 7일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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