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정신질환자 치료지원 확대…비상벨-경찰청 직접 연계(종합)

기사등록 2019/04/04 13:08:28

복지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 확정

1개월내 재입원율·폭행발생률, 3년뒤 절반↓

비상벨·보안인력 의무화…경찰 협력 강화

【세종=뉴시스】병원 진료실 내 설치된 비상벨.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병원 진료실 내 설치된 비상벨.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앞으로 정신질환자가 퇴원하더라도 꾸준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가 지원되고 전문의와 사회복지사 방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당장 올해 안으론 일정규모 이상 병원에는 비상벨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를 의무화하고 폭행 등 사건 발생 즉시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

◇정신질환 사각지대 여전…병원은 폭행에 노출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이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31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사건 이후 높아진 의료기관 전반의 안전시스템 개선 목소리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표면 위로 떠오른 우리나라 의료환경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정신질환자는 지역사회에서 적정진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진 진료환경은 안전에 취약했으며 의료인과 환자 간 불신은 갈등을 키우고 있었다.

실제 복지부가 올해 1~3월 전국 7290개 의료기관(전체 의료기관 중 10.3%)을 대상으로 진료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신질환자의 경우 퇴원 이후 지속적인 치료율이 해외 국가들에 비해 떨어졌다.

퇴원 후 1개월 내 외래 방문율은 62%로 유럽 평균인 81%보다 19%포인트 낮았다. 이처럼 꾸준한 치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입원율은 되레 3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13%보다 3배가량 높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병원의 11.8%, 의원의 1.8%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300병상 이상 병원 중 폭행이 발생한 비율은 39.0%나 되고 정신과가 속한 기관에서 사건 발생률도 37.7%로 높게 나타났다.

발생 원인을 보면 의원의 경우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이 35.6%로 가장 많았고 병원에서도 환자나 보호자의 음주(45.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0.3%를 차지할 정도로 불신이 팽배했다.

이런 진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는 이번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통해 2022년까지 퇴원 후 1개월 내 재입원율, 의료기관 내 폭행발생률 등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신질환자 꾸준한 치료 지원…사회편견도 해소

이를 위해 정신질환의 경우 발병 초기 치료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부턴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발견된 경우 외래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이 경우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치료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지금은 '외래치료 명령제'라는 이름으로 비자의 입원한 퇴원 예정자가 외래치료를 받도록 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데, 앞으론 '외래치료 지원제'로 바꿔 보호자 동의 없이도 치료 중단자들에 대해 외래치료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시·도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지역사업단을 설치해 지역 내 병원에 내원한 발병 초기 환자를 지역사업단에 등록토록 하고 지속치료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기중재지원사업'을 2020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초기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 꾸준히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 등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고 주요 거점병원에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사례관리팀'을 설치해 집중 관리한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검진프로그램 보급도 활성화한다.

조기 퇴원한 환자에게 낮 시간 동안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해 입원하지 않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낮 병원' 설치율은 2017년 기준 5.9%에서 2022년까지 2배 수준인 12%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수의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구성된 응급개입팀을 전국적으로 배치해 야간과 휴일에도 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전문인력, 경찰관, 119 소방대원이 공동으로 현장 대응할 수 있도록 공동매뉴얼도 운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신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었지만 회복된 사람을 다른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동료 지원가'로 양성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근무여건도 개선해 2인1조 방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상반기부터 추진하고 청년층이 직접 편견 해소를 주도할 수 있도록 대학생이 참여하는 '정신건강서포터즈'도 모집한다.

◇비상벨·보안인력 의무화…사건발생시 경찰 즉시 출동

당장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조치로는 비상벨과 보안인력 의무화 및 경찰출동 연계 시스템을 마련한다.

우선 올해 하반기 폭행 발생비율이 높은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의료기관 준수사항에 반영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 발생 시 경찰출동시간을 고려해 자체 보안인력의 1차적인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비원 등 보안인력을 증원하고 동시에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경찰청에서 보안인력 교육을 직접 실시할 계획이다.

비상벨과 보안인력 배치 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비상벨을 누르면 지방경찰청과 연계, 빠른 시간 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출동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병원에서 이렇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시설과 인력을 확보한 경우 일정 비용을 수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구체화하기로 했다.

폭행 등 사건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요령을 숙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의료기관에 배포·실시할 계획이다. 보수교육에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토록 하고 의료기관 평가인증 항목에 안전진료 가이드라인 준수 및 교육 여부를 추가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를 검토한다.

의료인 및 환자에게 상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중상해 이상 피해 발생한 경우에는 형량 하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은 협박·폭행 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등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하한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동시에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일어난 경우라도 의료기관 내에서 폭행을 저질렀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세종=뉴시스】병원·의원 폭행발생 비율 및 병상규모, 정신과 여부별 발생률 비교.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병원·의원 폭행발생 비율 및 병상규모, 정신과 여부별 발생률 비교.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email protected]
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안설비와 보안인력 배치, 가이드라인 시행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환경 안전 수준이 향상되고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와 인식을 개선해 정신질환자가 편견 없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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