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10곳중 4곳 "폭행 노출"…정신질환 초기진료 '열악'

기사등록 2019/04/04 11:43:27

300병상 이상·정신과 속한 병원일수록 폭행↑

조현병 치료까지 1년2개월…절반 초기치료無

퇴원후 외래방문율은 낮고 재입원율은 높아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2019.01.04. (사진=강북삼성병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2019.01.04. (사진=강북삼성병원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최근 3년간 300병상 이상 대규모이거나 정신과가 속한 병원들은 10곳 중 4곳에서 폭행 등 진료 방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체 병원 가운데 보안인력이 배치된 곳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올해 1~3월 전체 의료기관의 10.3%인 729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환경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원의 11.8%, 의원의 1.8%에서 의료기관 내 폭행 등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발생 비율은 병상 규모가 크고 정신과가 속한 경우 높았다.

300병상 이상 병원 중 폭행이 발생한 비율은 39.0%로 가장 높았고 100~299병상 12.4%, 50~99병상 6.0%, 50병상 미만 2.3% 등 병상수가 줄어들수록 발생 비율도 낮아졌다.

병원 가운데 정신과가 있는 곳 중 37.7%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해 6.4%였던 미설치 기관보다 발생률이 6배 가까이 높았다. 의원도 정신과가 있는 곳이 7.7%로 없는 곳(1.6%)보다 폭행 발생률이 높았다.

병원에선 일반상해(32.2%)와 진료방해(31.4%) 등의 사건이 주로 발생했으며 의원에선 폭언이 78.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발생 원인에서도 병원과 의원 간엔 차이가 있었다. 병원에선 환자나 보호자가 음주 상태에서 폭행이 발생한 경우가 45.8%로 절반에 가까웠고 의료인 진료 결과 불만 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 5.7%, 환자·보호자 거부 1.9%, 진료비용 불만 0.5% 순이었다. 반면 의원에선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이 35.6%로 주를 이뤘고 환자·보호자가 주취상태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우는 22.2%였다.

하지만 보안인력을 배치한 곳은 전체 의료기관의 32.8%에 불과했다. 비상벨을 설치한 곳도 39.7%로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 폭력 우려가 존재하는데도 의료기관은 지역사회 이미지 등을 고려해 신고에는 소극적이었으며 실제 처벌하는 비율도 병원(28.6%)과 의원(13.5%) 모두 낮은 상태였다.

정신질환 진료환경을 들여다보니 치료 중단율은 높은 반면 재활 치료 인프라나 인력 등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조현병 환자들이 발병 이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2개월(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3개월(12주)보다 1년 가까이 늦었다. 게다가 환자 51.9%는 발병 후 초기 6개월간 정기적인 외래치료를 하지 않았다.

퇴원 후 치료실태를 보면 1개월 내 외래 방문율은 62%로 유럽 평균인 81%보다 19%포인트 낮은 상황에서 재입원율은 되레 3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13%보다 3배가량 높았다.

만성환자도 지속적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지속적인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재활시설의 51.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전체 기초 지자체 중 45.6%(104개소)는 재활시설이 없었다. 실제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등 주요 정신질환의 지역사회 등록률은 2017년 기준으로 추정 환자의 29.4%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가 스스로를 해하거나 타인을 해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주간과 평일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배치된 전문요원에 의해 즉시 대응이 가능하지만 야간과 휴일엔 근무 인력이 부족해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폭행 등 사건발생 원인으로 '의료인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을 선택한 비율이 병원 20.3%, 의원 35.6% 등으로 나타나 환자와 의료인이 상호 존중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약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거쳐 4일 확정했다. 2022년까지 폭행 발생률과 퇴원 후 1개월 내 재입원율을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낮춘다는 게 목표다.

우선 올해 하반기 폭행 발생비율이 높은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의료기관 준수사항에 반영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 발생 시 경찰출동시간을 고려해 자체 보안인력의 1차적인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비원 등 보안인력을 증원하고 동시에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경찰청에서 보안인력 교육을 직접 실시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를 검토한다.

의료인 및 환자에게 상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중상해 이상 피해 발생한 경우에는 형량 하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에선 협박·폭행 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등 상한제가 적용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논의 결과다.

현재 의료기관 내 폭행은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일어난 경우에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신질환의 경우 발병 초기 치료서비스에 집중한다.

초기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 꾸준히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 등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고 주요 거점병원에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사례관리팀'을 설치, 집중적인 관리에 나선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검진프로그램 보급도 활성화한다.

조기 퇴원한 환자에게 낮 시간 동안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낮 병원 설치율을 2017년 기준 5.9%에서 2022년까지 2배 수준인 12%까지 확대하기 위해 수가를 개선하기로 했다.

내년부턴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발견된 경우 외래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이 경우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치료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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