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경찰 "제주4·3 희생에 깊은 유감·애도"…71년 만에 사과(종합)

기사등록 2019/04/03 18:04:30

서주석 차관, 광화문 추모공간 방문해 희생자 애도

민갑룡 경찰청장도 4·3사건 무고한 희생자들에 사죄

군·경, 정부 피해구제·진상규명 노력 적극 동참 약속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2019.04.0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종택 심동준 기자 = 국방부가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경찰청장도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국방부는 제주 4·3 희생자 71주년 추념일인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국방부 차원에서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가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입장문을 낭독했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4·3 사건이 국가폭력으로 인정된 이후 대통령의 사과는 있었지만, 군 당국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 국방부는 그 동안 4·3 사건에 대해 '군경이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었다.

국방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제주 4·3 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19.04.0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오후에는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4·3 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서 차관은 방명록에 '아픈 역사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온전히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이어 서 차관은 유족을 만나 "국방부는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서 적극 동참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유가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관련 기록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04.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관련 기록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오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념식을 찾아 "무고하게 희생된 영전 앞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직 경찰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사죄'를 언급했다.

민 청장은 추모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4·3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평가 작업이 이뤄질 것인가' 질문에는 "지금 정부, 국회에서 법에 따라 여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적인 과정을 통해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을 피워내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경찰이 양민학살에 참여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밝혀진 사실에 따라 경찰도 인정할 사실이 있다면 인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현 정부 들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선 국방부 장관의 두 차례 사과가 있었다. 국방부와 경찰청장이 제주 4·3 희생자에게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부는 과거사 청산 노력을 이어갔다.

국방부와 경찰이 민간인이 대거 희생된 제주 4·3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구제와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71주년 4·3 추념식이 거행된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에 희생자 유족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4.03.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71주년 4·3 추념식이 거행된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에 희생자 유족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시작으로 1954년 9월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7개월 동안 제주전역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당시 1만245명이 숨지고, 357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희생자 수치일 뿐 실제 인명피해를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주도 인구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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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경찰 "제주4·3 희생에 깊은 유감·애도"…71년 만에 사과(종합)

기사등록 2019/04/03 18:04:3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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