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현대가 3세들 대마 상습적 복용
금값 3배 수준에 달하는 고가 마약 구매
남양유업 외손녀도 마약 투약 의혹 받아
경찰 "마약 투약 부유층 자녀 수사 확대"
해외유학서 마약하고 귀국 후 "못 잊어"
【서울=뉴시스】 김은비 기자 = SK 그룹 오너 3세가 대마를 상습적으로 구매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 된 가운데 재벌가 자제들의 끊이지 않는 마약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일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는 SK그룹 오너 3세이자 주주인 최영근(32)씨를 대마 구입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긴급체포 했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 첫째 아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현대가 3세인 정모(30)씨 역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입건됐다. 정씨는 고 정주영 회장 슬하 9남매 중 1명의 아들로, 정 회장의 친손자다. 정씨는 한달 전쯤 해외로 나간 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최씨와 정씨는 모두 환각성이 높은 고각의 마약류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1g 당 가격이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하고, 환각성이 대마초에 비해 40배가 높은 대마 종류를 사들였다. 두 사람은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마약 공급책에 먼저 접근한 후 대마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0)가 마약 투약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황하나는 2011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9월 중순 서울 강남에서 조모씨와 공모해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당시 공모한 조모씨는 입건 돼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에 황씨가 재벌가 손녀라는 이유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논란이 지속되자 황씨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을 투약한 부유층 자녀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재벌 2·3세 등의 마약 관련 사건은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일로 치부될 정도다. 실제 2018년 9월 액상 대마를 밀수해 흡연한 혐의로 S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모 전 부사장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1월에는 H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9)씨가 상습적으로 대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13년 3월에는 또다른 H그룹 3세인 정모(22)씨가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3년 1월에도 대형 식품업체 회장의 조카 홍모씨, IT 업체 사장 아들 이모씨 등이 자동차나 집에서 대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은 대마초를 매매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법 제61조 제1항은 대마초를 흡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벌가 자제들의 연이은 마약 사태 원인에 대해 "재벌 집 자제들은 어릴 때부터 일상 생활에서 부족함이 없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라서 자기 중심적이다"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서 큰 일이 일어나도 허용된다는 생각에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재벌가 자제들은 보통 사람들하고는 다르게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며 "마약은 한 번 빠지면 중독성이 강하고 일반인들에 비해 접할 기회가 많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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